12살지구인과 책읽기(#2)
초등학생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는 '소문이 주렁주렁'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은 서미래와 박이랑.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와 할머니와 사는 미래,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져서 아빠랑만 사는 이랑이.
이 둘에게 어떤 소원이 있을까?
책 제목이 비밀 소원이었기에 아이도 나도 이 둘의 소원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갔다.
'방송에서 소원을 말한다고 엄마 아빠가 화해할 리도 없고, 내가 텔레비전에 나간 걸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언제가 되지 않을까. 안 될 일이면 안 되는 거고. '
이랑이가 말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난 아이의 눈치를 살폈다. 왠지 이야기 속 이랑이의 대사가 아이의 마음인 듯해 보였다. 내 아이도 나랑만 살고 있기에 이 부분이 아이에게 어떤 기분을 들게 할지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이해서 아이와 함께 나들이라도 가면 항상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이 보인다. 전과 달리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이기에 항상 엄마랑만 다니는 내 아이의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을지 마음이 쓰인다. 어릴 때는 마냥 행복해 보이기만 하던 아이가 다른 아이와 아이의 아빠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을 보면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늘 둘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다독이지만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 나에게 행복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던 시절 아이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넌 행복하니?"
"응!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아이는 주저 없이 말했었다.
아이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한 거야라고 그 시절을 위로했었다.
이 책을 읽고 참 오랜만에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넌 행복하니?"
"응! 행복하지.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두 가지나?"
"하나는 엄마고, 하나는 친구들이야."
"엄마랑 요즘 매일 말다툼하잖아. 그래도 행복해?"
"당연하지. 엄마랑은 70프로는 늘 행복한 기억이야."
"휴 다행이다. 70 프로나 좋은 기억이면 엄마 잘했네! 90프로까지 올려볼게!"
아이는 또 반달눈이 되어 나를 쳐다보며 웃어준다.
'소원이 주렁주렁'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가서 소원을 말할 수 있다면 내 아이의 소원은 무엇일까?
그게 정말 이뤄질 수 있다면 아이는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며 아이가 먼저 물었다.
"엄마 소원은 뭐야?" "넌?"
"비밀이야." "엄마도 비밀이야."
아이도 나도 소원을 책 제목처럼 비밀로 만들었다. 어쩌면 서로의 소원은 비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소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 말을 아끼고 조용히 불을 껐다. 둘만 함께 지내 온 3년 동안 우리는 그렇게 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눈물이 날 것 같은 밤이었다.
오늘은 나 혼자 조용히 소리 내어 내 소원을 말해본다.
'엄마 소원은 엄마가 아빠 역할까지도 잘 해내면서 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
여유 물질을 자가발전하면서 너에게 더 웃어주고 더 안아줄 수 있는 그런 힘 말이야. 소원이 현실이 되게 오늘도 엄마는 파이팅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