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주변은 관공서가 많다 보니 점심시간에 직장인들로 부쩍 인다. 대부분 식사를 하고 한적하게 도심 공원을 걷거나 주변 카페에서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한다. 우리 팀은 산책보다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루틴이다.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서로 좀 이야기할 시간이 생긴다. 늘 음료를 사주시는 팀장님을 둔 덕에 우리는 든든한 한 끼와 음료로 몸과 마음을 살뜰히 챙기고 오후 일에 임한다. 팀장님의 그 마음이 전염이 되어 어쩌다 하루는 팀원 중 한 명이 새 차를 사면서 중고차를 잘 팔았다며 음료를 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전날 자기 행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음료를 사기도 한다.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마음을 나누려는 팀원들 속에서 나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게 된다. 추석 연휴를 앞은 점심시간. 마침 부서에 온 지 한 달도 무탈하게 지났고 그동안 한 달 내내 받은 환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오늘은 내 차례다!' 내심 마음을 먹은 날이기도 했다.
여느 때처럼 점심을 마치고 근처 카페로 이동하는데 팀원 중에 가장 어린 후배가 축하받을 일이 있다며 자기가 음료를 산다고 했다.
"오! 임신했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라 다들 혹시 좋은 소식이 임신 소식이 아닐까 앞다퉈 물었다.
"아니요. " 너무 유쾌해서 여지없는 그녀의 대답에 높았던 기대감은 물음표로 바뀌었고 그녀에게 어쩐 일로 사려고 하는지 물어봤다.
"엄마가 이번에 학교 청소원 교육공무직에 합격하셨어요." 이런 희소식은 결코 내 것일 수 없다는 듯 그녀는 엄마의 재취업을 진심으로 함께 축하하고 싶어 했다.
누군가를 축하해 온 일들을 돌아봤다. 승진, 넓은 집으로의 이사, 남들보다 보수가 많거나 명예가 높은 직업으로의 전직, 합격, 운이 좋은 당첨 등. 늘 지극히 개인적이고 더 나은 것들에 축하를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축하가 아닌 가족의 행복을 함께 축하받고 싶어 하고, 어머니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신 데 무조건적인 지지와 축하를 보내는 그녀를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항상 화려하거나 더 나은 것들에 욕심을 부리며 살아온 내 마음속 한 켠의 구김살이 펴지는 기분이었다. 놀라운 사람들이 이렇게나 세상에 많다.
조용히 그녀의 옆에 서서 카페로 걸었다. "우리 커피 사줄 돈으로 어머니 축하해 드려" 그녀의 이유와 달리 축하할 일은 딱히 없는 나였지만 그녀의 지갑을 꼭 지켜주고 싶었다.
다음에는 자기가 사겠노라며 양보한 그녀 덕에 나는 그날 동료들에게 연휴 전 달콤한 음료를 한잔씩 살 수 있었다. 이유 없는 한턱을 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음료는 여느 때보다 더 달고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