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기념 편지는 쓰고 있겠지?"
"그럼 엄마도 내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편지를 쓰고 있겠지?"
말로 절대 지지 않는 13살 지구인! 일단 순서라는 것이 있기에 너에게 먼저 편지를 쓸 테니 너도 어버이날에는 엄마한테 편지 써야 한다. 알았지?
13살 지구인의 마지막 어린이날 기념 편지 시작한다.
엄마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어린이날이 너의 마지막 어린이날이라고 알려주더라.
"마지막 어린이날인데 **이랑 뭐해요?"
"듣고 보니 그러네. 내년부터는 중학생이니까."
그 말을 듣고 너에게 마지막 어린이날 뭐하고 싶은지, 받고 싶은 선물이 없는지를 여러 번 물었지만 너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받고 싶은 선물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
결국 아침부터 어디 가볼까 하다가 우리가 찾은 곳은 동네 만화카페!
농구를 좋아하게 된 네가 읽고 싶어 하던 슬램덩크 만화책을 맘껏 보고 같이 라면과 떡볶이를 시켜서 먹는 것도 좋은 걸?
이런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자니 네가 더 이상은 어린이가 아니구나 하게 되더라.
네 몸보다 더 큰 또봇 합체 로봇을 작은 손으로 받아 들고 고개를 상자 왼쪽으로 겨우 내밀며 조심조심 마트를 거닐 던 너는 어느새 나보다 힘이 세져서 번쩍번쩍 같이 쓰레기를 버리러 가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키재기를 하며 곧 엄마보다 크겠는데? 장난치는 아이가 되었지, 아장아장 걷던 아이는 그 12번의 어린이날을 지나며 나와 배드민턴 시합을 하는 아이가 되었고, 내 손을 꼭 잡고 곳곳을 누비던 너의 손은 너의 핸드폰이나 주머니에 뺏기고 말았지. 키가 무척이나 컸던 아빠의 어깨에 무등을 타며 무서워하던 아이는 예상치 못한 벨소리라도 울릴라 치면 쓸데없이 긴 걸레대를 무기 삼아 잡아들고 누구냐고 묻는 재미있는 우리 집 지킴이가 되었구나.
" 어! 그거 내 옷인데!"
"한 번 입어보자"
옷도 같은 사이즈가 되더니 함께 입고 어느새 발은 훌쩍 커버려서 네가 신던 신발은 내가 물려받게 되었네. 생각해보니 우리 **이 참 많이도 컸다.
아침에 교장선생님이 엄마를 불렀어.
심부름을 하나만 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 심부름이 너에게 편지와 용돈을 전해 달라는 거였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머뭇거리는 엄마한테 너의 마지막 어린이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서라고 하셨어.
교장선생님뿐이겠니. 너의 삶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잘 알지?
우리가 이제껏 받아온 호의와 배려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란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둘만 살아가는 우리 집에도 따뜻함이 깃들고 우리가 웃을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는 걸 거야. 우리 항상 감사하며 살고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자꾸나.
"엄마, 내가 어린이가 마지막이면 다음은 뭐야?"
"청소년!"
기꺼운 마음으로 내일부터는 너를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으로 대해줄게.
굿바이 어린이 지구인! 웰컴 청소년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