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Nov 22. 2022

농구의 맛

13살 지구인 이야기(68)

올해 13살 아이  농구에 푹 빠져있다. 농구 클럽에 주 2회 방과 후에 다니고, 틈날 때마다 동네 놀이터에 가서 슛 연습을 하 슬램덩크 만화를 보고 또 본다. 자주는 아니지만 만화의 등장인물을 따라 그려보기도 한다. 아이의 머릿속을 그림으로 그리면 반은 농구로 채워질 것 같다.


오늘도 농구클럽에 가는 날이다. 집에서 거리가 있어 늘 데려다주고 데리고 온다. 아이가 농구를 끝내고 차에 타면 물을 건네주고 살며시 아이의 눈치를 본다. 에 타고 아이가 물을 마시는 동안 나는 아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린다.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 아이는 어떤 날은 슛을 많이 넣었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경기에 졌다고 속상해하기도 하며 친구들이 패스를 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농구라는 경기에 마음을 쏟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란하게 축하해주기도 하고 속상해하면 같이 속상해 해 준다. 그런데 오늘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말을 했다.


"엄마, 나 가드 했어."

"내가 슛을 패스해서 친구가 슛을 성공하면 그게 엄청 신이나."

아이의 팀이 오늘 이겼는지 졌는지는 모른다. 농구를 처음 다닐 때는 로지 자기가 슛을 성공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이기고 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농구 경기의 팀플레이 맛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어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슬램덩크 만화책에서 서태웅과 강백호가 1초를 남겨두고 역전슛을 만들어 낸 후 손을 마주치는 장면을 찾아보고는 멋지지 않냐며 내게 내민다.

아이가 이 기분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농구도 인생도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기쁨이 있기에.



작가의 이전글 빈틈에서 자라는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