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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07. 2022

아이를 지키는 잠

13살 지구인 이야기(73)

이른 저녁을 먹고 아이가 안방에 들어갔는데 30분이 넘도록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크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의 대답 대신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에 가로로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발 전체가 침대 옆으로 삐져나와 있고 보던 축구 잡지는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책을 읽다가 아이가 까무룩 잠이 들었구나 싶다.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발은 엄마인 내 발보다도 크다. 그 모습을 보니 또 한 번 언제 이렇게 컸나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저녁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 아이를 깨우려고 하다가 그냥 두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한국과 브라질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고 방과 후에 농구클럽도 다녀왔으니 아이의 피곤함이 이해가 되었다.

"엄마!" 9시가 넘어서자 잠시 잠에서 깬 아이가 방에서 거실에 있는 나를 부른다.

 깜깜해진 안방에 혼자 있는 게 어색했는지 나를 찾는 것이다. "엄마 거실에 있어. 일어났어?"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내가 있음을 확인하고 대답도 없이 아이는 다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이가 내 침대에 잠든 탓에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이젠 나보다 커진 아이가 옆에 있으니 침대가 잔뜩 비좁아졌지만 오랜만에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잠이 들어서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했다.


12시간을 넘게 자서 아침에 아이가 스스로 일찍 깰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이는 내가 깨워서야 일어났다.

"엄마 나 몇 시간 잔 거야?"

"12시간 넘게 잤어."

"근데 왜 지금도 졸리지?" 졸리다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 아이의 컨디션이 아침부터 좋아 보인다. 다른 때보다 가뿐하게 일어나고 아침에는 좀처럼 보여주기 힘든 반달웃음을 보여준다.

아이 덕분에 일찍 함께 잠든 나까지 컨디션이 좋으니 말없던 출근길에 농담도 나오고 여유가 있다.

"잠을 잘 자서 그런가? 엄청 에너지 넘치고 뇌가 맑은 느낌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역시 몸이 먼저다. 잘 먹고 잘 자서 몸이 편안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따뜻한 말을 만들며 뭐든 해보고자 하는  생기게 한. 아이가 오늘따라 짜증을 잘 내고 어딘지 날이 서있다고 느껴진다면 충분히 아이가 잠을 잘 자고 있는지, 피곤한 것은 아닌지 살피는 을 먼저 해야 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피곤해 쓰러질 것 같은 날 12시간쯤은 세상과 단절하고 모든 자극을 뒤로하고 내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음날 한결 넓어진 내 마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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