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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11. 2022

아이를 기분 좋게 깨우는 법

13살 지구인 이야기(75)

겨울이 깊어지면 해가 뜨는 시각은 늦어지고 추위는 강해져 아이들은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아이가 등교하는 데 지장이 없을 때까지 최대한 자게 하고 느지막이 깨운다. 그렇게 깨워도 아이는 꿈틀꿈틀 대고  이불속을 파고든다. 잠을 일찍 잔 날은 쉽게 일어나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쉽사리 일어나지 못한다.


5분의 간격을 두고 계속 아이를 깨운다. '일어나야지'가  3번 이상 반복되면 엄마인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래서 아이가 잘 일어나지 못하면 아이가 부둥켜 덮고 있는 이불 위로 아이를 덮는 다른 이불이 되어 꼭 안아준다. 이것도 안되면 아이의 발바닥을 마사지해준다. 어릴 적부터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 의식이다.


오늘은 1차 방법을 써서 이불 위로 아이를 안아주 일어나라고 했다.

"저리 가." 13살이 되더니 요즘은 예상치 못한 이런 까칠한 반응이 나올 때가 있다. 여기서 무너져서 화를 내면 그날 우리의 아침은 실패다. 이럴수록 13년 차 내공이 쌓인 엄마는 여유 물질을 힘껏 끌어올려야 한다.

"저리 가라고? 더 꽉 안아버릴 테다." 아이 내가 부둥켜 안자 이불 안에서 칠게 바둥바둥거린다.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의 힘은 세다. 그 바둥거림에 내가 휘청거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다.

"엄마 살려." 과장된 목소리로 아이의 신경세포들을 자극한다.

"괜찮아?" 아이가 드디어 일어났다.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차려준 후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안방 문 앞에 나타났다.

"나는 왕이다!" 이불이 왕의 가운처럼 어깨에 걸쳐져 바닥까지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크게 웃으니 아이가 한마디 더한다.

"내게 머리를 조아려라"

그렇게 말하고 자기도 웃겼는 한바탕 왕처럼 웃고는 이불을 그대로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기분 좋게 일어난 아이의 유쾌함에 오늘 아침도 굿모닝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10대의 뇌>에서 대략 만 10~12세부터는 생물학적 시계가 늦춰지면서 저녁 7시나 8시 무렵에  활기가 돌고, 밤 9~10시 정도에는 잠이 없는 시간대가 만들어진단다. 게다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머무는 성인보다 시간이 더 길어 아침에 일어나기 든 것이 과학적으로 맞다고 한다.  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이 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알람 맞추고 너대로 일어나야지!'라고 화를 내고 싶다가도 아이의 늦잠은 호르몬이 시키는 일이이렇게 깨워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 알람의 기계음보다는 그래도 엄마의 온기와 장난이 아이를 기분 좋게 깨워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일어난 아이 덕분에 아침부터 웃을 일 선물 받으니 오늘은 무슨 일이든 잘 될 것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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