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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1. 티켓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왜 경기를 보지 못할까?

by FG SYLEE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때로는 더럽게도 운이 안 좋은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컨트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그 허망함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날씨가 그렇다. 기상예보마저 정확한 날씨를 알려주지 못하는데 어찌 우리가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축구 경기를 보는 우리로서 눈이나 비가 많이 오게 되면 굉장히 찝찝한 관람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축구에는 우천취소가 없다. 설령 엄청난 폭우와 폭설이 내린다고 해도 경기는 진행된다. 물론 도저히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정도의 양이면 관계자들의 논의 끝에 경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나도 살면서 2~3번 정도 그러한 모습을 본 적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은 한다. 게다가 사실 그 정도의 폭우와 폭설이 내린다면 기상예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일 테다. 경기가 취소될 정도의 날씨인데, 그것도 못 잡으면 기상예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날씨 변수로 경기 관람에 불편함 정도는 있을 수 있어도, 날씨로 경기가 취소되는 등 경기를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축구 경기에서 날씨 말고 무슨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길래 이렇게 말하는지 궁금할 것 같다. 먼저 이야기를 하고 가자면 유럽, 특히 영국은 기차 파업이 매우 빈번한 나라다.


한국철도공사(KORAIL)와 SRT(Super Rapid Train)에서 대부분의 기차 시스템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의 기차 시스템은 네트워크 레일(Network Rail)이 선로와 역을 관리하고, 다양한 철도 운영 회사들이 각기 다른 노선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는 런던 유스턴에서 맨체스터, 리버풀, 글래스고 등을 연결하는 Avanti West Coast와 런던 패딩턴에서 브리스톨, 카디프, 엑서터 등을 연결하는 Great Western Railway(GWR), 런던 킹스크로스에서 요크, 리즈, 뉴캐슬, 애든버러 등을 연결하는 London North Eastern Railway(LNER) 등이 있다. 나는 영국에서 런던 유스턴에서 맨체스터 피카딜리, 맨체스터 피카딜리에서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에서 맨체스터 피카딜리, 맨체스터 피카딜리에서 런던 유스턴, 런던 패링던에서 라들렛, 라들렛에서 런던 패링던 총 6번의 기차를 이용했는데, Avanti West Coast 2회, TransPennine Express 2회, ThamesLink 2회를 이용했다.


철도 운영 회사들이 많은 만큼 각 회사마다의 파업 시기도 재각각이다. 문제는 그 재각각이 너무 빈번하다. 또한 파업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기차 연착은 밥먹듯이 일어난다. 나 역시 런던 유스턴에서 맨체스터 피카딜리로 향하는 날 예정 없던 기차 연착으로 20분 가량 대기한 기억이 있다.



친절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파업 일정을 사전에 공지해주기는 한다.

위 내셔널 레일 홈페이지에서 열차 파업 관련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길 권장한다. 기차뿐 아니라 튜브도 가끔 파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똑같이 잘 참고하길 바란다.


■ 레일카드 발급
레일카드

번외 이야기긴 하지만 만약 당신이 영국에서 기차를 두 차례 이상 이용할 예정이라면 레일카드 발급을 추천한다. 장거리면 장거리일수록 좋다. 레일카드는 영국 전역 기차노선을 33%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멤버십 카드다. 장거리로 이동하는 경우 더욱 효과적인 레일카드는 연령대, 동반자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16세-25세 청소년/청년용 16-25 레일카드를 발급받았었는데, 트립닷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33,000원에 결제했다. 실제 내가 할인받아 결제한 최종 기차 요금 총액이 12만 60원이니, 원래 요금 약 17만 1,514원에서 약 5만 1,500원에 달하는 금액을 할인받은 셈이다. 여기서 레일카드 결제비를 빼면 약 2만원이 넘는 돈을 절약했다. 기차를 많이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절약 금액이 커지니, 기차 이용을 계획하고 계신 독자분들이라면 레일카드 할인 행사 기회를 잘 잡아서 꼭 사전에 구매하길 바란다.


이번 장에서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영국 기차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여행 날짜도 정했고, 볼 경기도 정했고, 어떻게 티켓을 구할지도 정했으면 축구 여행의 9할 이상 왔다. 이제 큰 걱정은 내려놓길 바란다. 다음 장에서는 숙소 위치 추천과 경기가 없는 날 가보면 좋을 곳들을 몇 군데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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