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더욱 효율적으로 짜기 위함은 물론, 구조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그 깊이가 다르다. 조금은 진부하더라도 꼭 이번 챕터를 건너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영국 축구 리그 시스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영국을 구성하는 이 네 나라는 각각 고유한 축구 리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리그다. 그중에서도 최상위 프로 리그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처럼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역시 각각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캠브리안 프리미어리그, NIFL 프리미어십이라는 최상위 축구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최상위 리그 아래 각 나라마다의 하위 리그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중심으로 기술될 예정이다. 아마 영국 축구 여행을 떠나오는 사람이라면 프리미어리그를 보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간혹 셀틱FC나 레인저스 경기를 보러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팬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프리미어리그 직관을 꿈꾸고 영국으로 향한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 내 웨일스 연고 구단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은 모두 잉글랜드 연고팀일까? 물론 24/25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참가하는 구단은 모두 잉글랜드 연고팀이 맞다. 그러나 질문 자체를 조금 바꿔서 물어볼 필요가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잉글랜드 최상위 프로 축구 리그일 뿐,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 내 승격과 강등제도를 거쳐 매 시즌 참가팀이 바뀐다. 따라서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은 모두 잉글랜드 연고팀인가요?"가 아닌,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에 속한 모든 팀들은 잉글랜드 소속인가요?"가 보다 명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이 된다.
그리고 이에 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에 속한 대부분의 구단이 잉글랜드 연고팀인 것은 맞지만 예외적으로 웨일스를 연고로 하는 가장 큰 네 구단이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에 소속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기성용이 몸담았으며 최근에는 광주FC 엄지성이 이적을 발표한 스완지시티 AFC, 과거 김보경이 몸담았던 카디프시티 FC, 그리고 랙섬 AFC와 뉴포트 카운티 AFC가 이에 해당한다. 24/25 시즌 기준 스완지시티와 카디프시티는 챔피언십(2부)에, 랙섬은 리그 원(3부)에, 뉴포트 카운티는 리그 투(4부)에 소속돼 있다. 따라서 24/25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모든 구단이 잉글랜드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18/19 시즌 카디프시티가 프리미어리그 18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한 이후 약 5년 동안 프리미어리그는 이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잠깐! 여기서 챔피언십, 리그 원, 리그 투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와서 혼란스러울 것 같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영국 안에서도 잉글랜드는 고유의 축구 리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잉글랜드 프로 축구 최상위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아래에도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2부, 3부, 4부... 리그들이 있지 않을까? 이 2부, 3부, 4부 리그가 각각 챔피언십, 리그 원, 리그 투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
일반적으로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에는 21개 레벨에 140개 이상의 리그, 480개 이상의 디비전, 약 5,300개의 구단의 7,000개 이상의 팀이 속해 있다고 한다. (출처: 위키백과) 정확한 클럽 수는 불참, 해체, 합병 등으로 매년 바뀌어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21부로 구성된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이다. 그 이상의 정보는 궁금하더라도 지금은 내려놓자. 중요한 건 21부 리그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중 상위 두 개 리그(네 개의 디비전)가 프로 리그에 해당한다. 최상위 리그는 단일 디비전인 프리미어리그다. 프리미어리그에는 매 시즌 20개 클럽이 참가한다. 프리미어리그 아래로 EFL(잉글리시 풋볼 리그)이 있다. EFL에는 세 디비전(챔피언십, 리그 원, 리그 투)이 있다. 각 디비전에는 24개 클럽이 소속된다. 즉 크게는 프리미어리그와 EFL이 프로 리그에 해당하며, 세분화한다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 리그 원, 리그 투 총 네 디비전이 프로 리그에 해당한다. 우리는 주로 프로 축구에 관심이 있으니, 이 네 디비전만 알고 있어도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프리미어리그까지 네 디비전 모두 EFL 소속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단일 디비전을 이루었고, 나머지 세 디비전만이 EFL 소속으로 남게 됐다. 이 네 디비전을 제외한 리그들은 논 리그(non-league Football)라고 부른다. 논 리그 중 최상위 리그는 내셔널리그다. 내셔널리그 아래에 위치한 리그들은 지역 리그로서 지리적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
어떻게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이해가 됐는지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면 넘어가도 좋다. 알면 좋은 거지 모른다고 티켓을 구하고 경기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 없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프리미어리그가 영국 내에서도 잉글랜드 프로 축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최상위 리그라는 점만 기억하도록 하자.
국내에서는 2부 리그 챔피언십조차 챙겨보는 사람을 찾기 결코 쉽지 않다. 간혹 한국인 선수가 속해 팬심으로 구단을 응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리그 자체를 좋아하거나 지속적으로 팔로잉하는 사람은 드물다. 만약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찐 '축덕'이다. 국내 방송국들도 수요가 많지 않은 하위리그 중계권은 보통 따오지 않는다. 이러한 국내 중계 때문에서라도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프리미어리그에 가장 큰 관심을 쏟는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수준의 경기력과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집합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말이다.
유럽 5대 프로축구리그
선수들의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축구 4대 리그 중 하나로도 일컬어진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해 스페인의 라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가 유럽 축구 4대 리그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프랑스의 리그 1을 넣어 5대 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 리그 1을 리그 앙이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Ligue 1이다.) 프리미어리그가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의 최상위 리그이듯,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A, 리그 1 역시 각 나라 축구 시스템의 최상위 리그다. 각 나라별 최상위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팀들은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에 진출해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르는데 열띤 경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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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신은 어쩌다 이 책을 펼치게 되었는가? 나아가 어떤 궁금증을 해결하기를 바라는가? 아마 이 페이지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적어도 '축구'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일 것 같다. 언젠가 축구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영국에 방문해 축구 경기 하나 보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영국에 축구 여행을 떠난다면 프리미어리그, 이중에서도 한국인 선수가 소속된 팀의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 트렌드에도 반영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핫스퍼 FC의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 경기 관람은 이미 영국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 수많은 여행사들에서도 패키지 상품에 토트넘 경기 직관, 적어도 스타디움 투어는 꼭 집어넣는다. 그만큼 국내 여행객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토트넘 홈구장의 지리적 강점도 한몫한다. 토트넘핫스퍼스타디움은 런던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킹스크로스역, 유스턴역, 소호에서 모두 40~50분이면 대중교통을 타고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 2019년 개장한 초 신식 경기장이라는 사실은 청결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 정서에도 부합한다.
한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춰 토트넘 구단 차원에서도 한국인 팬들을 위한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프리시즌에 방한해 세비야, 바이에른뮌헨, 팀 K리그와 이벤트매치를 치렀는가 하면, 토트넘 경기장 투어시 이어폰과 함께 제공해 주는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어로 설정이 가능하다. 이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장소가 있으니 구장 공식 스토어다. 토트넘 공식 스토어에 들어가면 태극기가 그려진 다양한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 직원을 적어도 한 명은 꼭 볼 수 있다. 우연히도 이 토트넘 공식 스토어에서 처음으로 근무한 1호 한국인이 우리 학부 선배님이시다. 꿈을 찾아 영국으로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 <저질러야 시작되니까>를 출간하기도 하신 선배님은 현재 프로축구연맹에 몸담고 계시다. 선배님 책 소제목에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토트넘에선 한국어도 스펙이었죠." 손흥민은 참 대단한 선수인 것 같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 내 한국인 선수 소속 팀
손흥민 이외에도 잉글랜드 프로 축구 리그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이 더 있다. 24/25 시즌 기준 잉글랜드 프로 축구 리그에 소속된 선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 백승호(버밍엄시티), 황의조(노팅엄), 엄지성(스완지시티). 이중 손흥민, 황희찬, 김지수, 황의조가 현재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이며 배준호, 엄지성은 EPL 챔피언십, 백승호는 리그 원 소속이다. 여기에 얼마 전 토트넘 이적이 공식 발표된 강원FC의 양민혁까지 시즌 종료 후 합세하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는 다섯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 프로 리그 'FA 여자 슈퍼 리그'에도 한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FA 여자 슈퍼 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현재 모두 프리미어리그 또는 EFL 참가 클럽 산하 또는 제휴 클럽으로 팀 명칭을 살펴보면 '레이디스' 또는 '위민'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 중에는 조소현과 최유리가 버밍엄시티 위민에, 이금민이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WFC에 몸담고 있다.
이밖에 영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양현준, 권혁규가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셀틱FC에 몸담고 있다. 셀틱은 과거 기성용, 차두리가 몸담았던 팀으로도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는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가 소속돼 양현준, 권혁규와 함께 한국인 트리오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잉글랜드 축구 리그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대략 이해가 됐을 것 같다. 다음 챕터부터는 본격적으로 여행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