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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축구냐 관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FG SYLEE

축구도 보고, 관광도 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영국까지 큰 돈 주고 날아왔는데, 축구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운 마음 너무 잘 안다.

근처 에펠탑도 가보고 싶고, 인터라켄에서 예쁜 풍경도 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여행의 컨셉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여행이 되기 십상이다.


당신이 영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면,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하고 싶다.


"축구를 보러 영국에 가는 것인가, 영국에 가는 김에 축구를 보러 가는 것인가?"



무엇이 좋고 나쁨은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대답이 후자라면 이 책은 그렇게 효율적이지는 못할 수도 있다. 영국에 가는 김에 축구를 보는 것이라면 관람하고자 하는 경기수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인 선수 경기를 보고자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해당 팀 직관 후기를 찾아보고 계획을 짜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할 수 있다. 실제 토트넘 같은 경우 셀 수 없이 많은 직관 후기가 다양한 플랫폼에 남아 있다. 경기 티켓도 빅매치가 아니고서야 구하기 쉽다. 정 귀찮으면 적당한 선에서 양도받으면 된다.


축구의 세계는 생각보다 광활하다. 현지팬들이 팀에 임하는 열정과 감정은 가히 압도적이다. 유럽 축구 팬들은 핏줄을 따라 대대로 한 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 팀을 응원한다. 종교로 따지면 모태 신앙이라고 할까. 축구 민족 영국인들이 보여주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역사와 전통, 바이브. 축구를 보러 영국에 가야 이를 조금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조금 센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축구 여행과 일반 여행의 차이다. 영국 축구 문화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과감하게 축구 여행으로 선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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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축구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총 세가지다.


1) 스케쥴 이슈

이후 글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유럽 축구 리그 경기는 기본적으로 경기 한달에서 두달 전 날짜와 시간이 확정된다. 그전까지 나온 일정은 해당 라운드에 따른 가안일 뿐이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하루 이틀씩 일정이 변동되는데, 관광이나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도시 여행까지 계획한다면 숙소 예약에서 골치아픈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이 주 목적인 여행이라면 이러한 리스크가 주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축구 리그 전체에 해당한다.


2) 축구와 관광, 함께 즐기기

축구 여행이라고 해서 관광이 불가능하지가 않다. 오히려 가고자 하는 경기장 위치에 따라 해당 도시를 관광하며, 역사적 유적과 건축물을 여행 중간 중간 들리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금요일과 월요일 사이 경기가 열린다. (박싱데이는 예외다) 대부분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이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날들을 잘 활용해 관광까지 계획한다면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축구 여행을 위한 패키지 상품들도 여럿 존재해 많은 시간을 들여 티켓과 일정을 짜지 않고도 영국 축구 문화를 깊게 경험할 수 있다.


3) 경기의 예측 불가능성

스포츠는 예측 불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이 결과가 가져다주는 감동과 슬픔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여도 건축물은 그대로다. 그곳에 가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내가 가본 곳을 이야기해주거나 결국은 똑같은 건축물이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는 그 순간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러한 열기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예측 불가능성에 따라 다양하게 확산되고 모여든다.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만 느끼는 즐거움과 다양한 국가의 축구 팬들과의 교감은 여행의 묘미를 더해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다.



위 세 가지 이유로 나는 축구 여행을 추천한다. 축구여행이라고 꼭 축구만 보고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축구를 보면서 관광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17일간 영국을 여행하며 프리미어리그 6경기, 11개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중 좋아하는 팀 경기장은 여행 기간 세 차례 방문했으며, 팀 훈련장도 한 차례 방문해 5시간 넘게 서있었다. 선수단이 묵는 숙소에도 한 차례 들렸고, 축구 펍에서 현지인들과 경기도 한 차례 봤다. 경기장 방문을 위해 기차를 타고 도시 이동도 네 번이나 했으니 실질적으로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축구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면서도 타워 브릿지와 빅 벤 및 런던아이를 각각 두 차례 방문했으며, 런던의 가장 유명한 네 가지 길거리 마켓 포토벨로로드마켓, 버로우마켓, 캠던마켓, 브릭레인마켓을 모두 즐겼다. 대영박물관, 버킹엄궁전, 노팅힐, 프림로즈힐, 스카이가든, 리든홀마켓, 다운트북스서점 등 유명한 장소들도 다수 방문했으며, 세인트제임스파크, 하이드파크라는 런던의 두 대표 공원도 산책했다. 좋아하는 뮤지컬도 한 차례 봤으며, 리버티백화점과 해럿백화점도 구경했다. 이뿐일까? 하루는 통으로 런던 근교 코츠월드와 옥스포드 투어까지 했다.


london-3078109_1280.jpg 타워브릿지_런던

어쩌면 축구와 관광을 같은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다. 시야의 확장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축구이며 영국 축구장들이야말로 관광 명소다. 태극기 하나 들고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 이름을 외쳐가며 열띤 응원을 하는 것. 너무 낭만있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다른 나라 방문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든다면 범위를 넓혀 유럽 축구 여행을 도전해보았으면 한다. 나도 영국이 아닌 나라에 축구 여행을 가본 적은 없어 그 이상 설명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히 전하고 싶은 건 축구 여행을 선택했으면 먼저 '축구'에 온전히 집중해보았으면 좋겠다. 그게 영국이든, 영국을 벗어나든 말이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길다. 여행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돈을 모아 떠날 수 있다.

그러니, 축구의 성지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 진득하게 경험하고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는 당신이 꼭 한 번 이 순간을 즐겨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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