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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까치 꽃

봄의 감성

by 서도운

봄까치꽃


올해도 봄이 왔다.

작년처럼,

잿더미 위로 아무 일 없단 듯

연둣빛 잎사귀가 피고,

아이들은 이름 모를 꽃을 꺾어 웃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걸 바라보다

그 애가 말한 꽃 이름을,

입 안에서 천천히 굴렸다.


“봄까치꽃이래요.”


그 말이, 마치

누군가 다시 살아 돌아온 이름 같아서—

나는 그 꽃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올해의 봄은 누구의 봄인가

우리 모두에게 다 같은 봄인가


어떤 이는 기다리던 이의 손을 잡고,

어떤 이는 이름 없는 무덤을 찾아가고

어떤 이는 아직 꿈을 몰라 웃고

어떤 이는 끝내 말없이 눈을 감는다.


봄은 그렇게,

누구에겐 처음이고

누구에겐 끝이다.


차가운 겨울의 이불을 벗고

대지가 깨어나듯

묻어두었던 이름 하나

햇살 아래 천천히 입을 연다.


봄은 가볍지 않다.

그건 잊히지 않은 기억이

다시 피어나는 계절이다.


늘 봄마다 피는 푸른 꽃은

이번에도 고개를 들었다.

그건 잊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누구도 몰래 꺾지 못한, 조용한 결심이었다.


아이야, 그 꽃은 무슨 꽃이니

바람이 스치면 웃는 것 같고

햇살이 닿으면 눈 감는 것 같은

참 고운, 참 슬픈 얼굴을 한 꽃이구나


아이야, 네가 아무렇지 않게 불러준 그 이름이

누군가의 평생이었다면—

나는 이제 그 꽃 앞에서

두 손을 모아야 할 것 같구나


.

.

봄까치꽃이에요.


그 말은 마치

한 아이가 세상에 처음 건네는

작고 단단한 기도 같았다.


잿더미 위에서 처음 열린 입술,

슬픔이 미처 닿지 못한 순결한 목소리.

나는 그 말 앞에서

다시 살아야겠다고, 아주 작게,

혼잣말처럼 다짐했다.

이 시는 제암리의 기억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 봄을 기다립니다.

– 서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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