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단도리

by 한명화

가정을 이루고 아들 딸을 낳고 저들이 성장하는 동안 한 번도 한 달씩 집을 비운적이 없었는데 막상 한 달을 집을 비우게 되는 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짐을 챙기는 것보다 마음 쓰이는 것은 남편의 취미 친구 화초들이다

발코니 가득 거실도 한자리 안방에도 집안 곳곳이 가득한 우리 집의 청정공기를 보장하는 초록이들도 사랑 주는 손길이 오랜 시간 집 비움을 아나보다

네오 마리카는 가기 전에 보여주고 싶어 터질 듯 봉우리를 보이며 토독톡 피어나고 군자란은 멋진 꽃 보여주고 싶어 힘을 다해 꽃대를 밀어 올리고 조금 빠른 걸음은 꽃을 피우고는 다 보여주지 못함에 아쉬움 가득 한가 보다

'이상하네 군자란이 예년보다 한 달은 먼저 피고 있어'라는 남편의 혼잣말을 들으며 말을 못 하는 식물들도 오랜 날들 함께하다 보면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며 들여다보며 화초들 걱정 차 오르는데 그래도 딸이 잘 보살피겠으니 걱정 말라며 보내는 미소에 한시름 놓는다

여행을 마음대로 훌훌 떠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새삼 느끼며 며칠 전부터 겨우내 입던 옷들 정리며 냉장고 속 반찬이나 부식 거리들도 더 사들이지 않고 소비하고 있다. 그래도 남은 식료품 중 딸 취향이 아닌 종류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다 가져가기로 했다

여행 기간이 길어 식료품은 필요하고 또 차로 가기 때문에 실어 놓으면 갈 거니까

거실에 쓰기 편하게 늘어 놓았던 나의 물품들도 정리를 하고 오랜 친구 노트북도 가방에 넣어 차에 싣고 집안 청소도 하고 쓰레기들도 다 비운다

여행을 갈 때면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정리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왜지?

어떤 이는 말한다

여유가 있으니까 한 달씩 여행 갈수 있는 거라고

그렇다 할 수도 있다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시간이 여유를 주고 열심히 살았으니 상은 받아야 되고 어차피 집에서도 먹고사는데 길 값, 집값 조금만 투자하며 오랜 날들 갈고 닦아온 알뜰한 아줌마의 저력으로 여행을 할 계획이다

내일은 진짜 출발!을 외치며 집안 이곳저곳을 단도리하는 손길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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