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못 본 척 못하는 이유

by 한명화
늘어진 태극기
뜯겨진 태극기를 내렸다
새하얀 태극기를 올리기 시작
새하얀 태극기 게양

발코니 너머 학교 운동장

지난 2월 중순경부터

국기게양대의 태극기는 조기

3월이 되자 조기는 또 접혀 후줄근

안타까움에 계속 지켜본다

교장선생님이 보시겠지

아님 선생님들이 보시겠지

그도 아님 오가는 학생들이라도

그러나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틀 전

발코니에 앉아 햇살 놀이 즐기는데

밖에서 식사하시고 들어가시나?

천천히 걸어 들어가시는 세분의 뒷모습

아마도 교사들 같은데 안 보이나 보다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환호의 소리와 탄성의 한숨에 어수선한 날이다

학교는 너덜거리는 늘어진 조기가 게양되어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기에 전화를 했다

'게양대의 국기가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

2월 중순부터 조기로 있었는데 오늘이 3월 10일인데 이젠 조기도 아니고 반의반 기가 되어있으니 학교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빠른 조치를 하시라' 고

속이 상해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곁에서 듣고 계시던 짝꿍이 지적하신다

부드럽게 태극기가 불쌍하다고만 말하지 들으시는 분 언짢게 지적질했다고

아차 ㅡ며칠 동안 쌓였던 안타까움에 그냥 쏟아내 버렸나 보다

머쓱하고 전화받으신 분께 너무 미안했다

잠시 후

아마도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나 보다

접히고 접히고 너덜거리며 바람에 다 뜯긴 국기를 내리고 깨끗한 새 국기를 올린다

국기게양대 꼭대기에 깨끗하고 새하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휴ㅡㅡㅡ

가슴이 후련하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황대헌 선수가 태극기를 펄럭이며 트랙을 돌 때 우리는 얼마나 감동을 했던가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이 아닌가

아마도 앞으로는 국기관리에 대해 신경을 쓸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담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정신이 아닐까

학교 국기 게양대에 너덜거리며 늘어진 태극기를 못 본 척 못하는 이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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