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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께
못 본 척 못하는 이유
by
한명화
Mar 12. 2022
늘어진 태극기
뜯겨진 태극기를 내렸다
새하얀 태극기를 올리기 시작
새하얀 태극기 게양
발코니 너머 학교 운동장
지난 2월 중순경부터
국기게양대의 태극기는 조기
3월이 되자 조기는 또 접혀 후줄근
안타까움에 계속 지켜본다
교장선생님이 보시겠지
아님 선생님들이 보시겠지
그도 아님 오가는 학생들이라도
그러나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틀 전
발코니에 앉아 햇살 놀이 즐기는데
밖에서 식사하시고 들어가시나?
천천히 걸어 들어가시는 세분의 뒷모습
아마도 교사들 같은데 안 보이나 보다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환호의 소리와 탄성의 한숨에 어수선한
날이다
학교는 너덜거리는 늘어진 조기가 게양되어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기에 전화를 했다
'게양대의 국기가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
다
2월 중순부터 조기로 있었는데 오늘이 3월 10일인데 이젠 조기도 아니고 반의반 기가 되어있으니 학교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빠른 조치를 하시라' 고
속이 상해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곁에서 듣고 계시던 짝꿍이 지적하신다
부드럽게 태극기가 불쌍하다고만 말하지 들으시는 분 언짢게 지적질했다고
아차 ㅡ며칠 동안 쌓였던 안타까움에 그냥 쏟아내 버렸나 보다
머쓱하고 전화받으신 분께 너무 미안했다
잠시 후
아마도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나 보다
접히고 접히고 너덜거리며 바람에 다 뜯긴 국기를 내리고 깨끗한 새 국기를 올린다
국기게양대 꼭대기에 깨끗하고 새하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휴ㅡㅡㅡ
가슴이 후련하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황대헌 선수가 태극기를 펄럭이며 트랙을 돌 때 우리는 얼마나 감동을 했던가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이 아닌가
아마도 앞으로는 국기관리에 대해 신경을 쓸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담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정신이 아닐까
학교 국기 게양대에 너덜거리며 늘어진 태극기를 못 본 척 못하는 이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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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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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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