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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편은 딱 한 사람뿐이었어
by
한명화
Mar 24. 2022
좋은 모임에 함께 하는 귀한 언니
가녀린 몸매에 예쁜 얼굴 당차고 지혜로워 보이는 언니는 3년 전 사랑하는 남편이 오랜 병상생활을 마치고 휠훨 날아가셔서 커다란 집에 홀로 살고 있다
한 번은 전화하셔서 차 한잔 하러 오라 하고 싶은데 짝꿍과 함께하는 시간에 방해하는 것 같아 말을 못 했다며 시간 되면 오라 하셨다
하지만 요즘 오미크론으로 상황이 너무 나빠서 서로 방문이나 만남을 절제하고 있는지라 찾지 못했었는데 엊그제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나 차 한잔 같이 하자셔서 언니네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넓은 거실
한쪽을 장식한 장식장에는 귀한 모형의 잔들이 가득하다
남편과 많은 나라를 다니며 취미로 모은 잔들이라 했다
전에도 함께 차를 마시며 웃었던 탁자인데
차를 마시고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날씨가 우울해서 인지 외롭고 쓸쓸해 보여 안쓰러웠다
'회장! 요즘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
자식들 다 키우고 어떤 부담 없이 둘이 같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얼마나 행복해 정말 부러워'
즐길 수
있을 때 주저 말고 즐겨야 해
우리도 해외여행을 그렇게 다녔는데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그러시더라고 이번엔 그냥 혼자 다녀오면 안 되겠느냐고 자기는 너무 힘들어서 못 가겠다며
아련한 눈빛에 촉촉한 눈물이 보이는 듯했다
이어지는 언니의 이야기는 남편이 떠난 후 절실하게 느꼈다는데 세상에서 진짜 내편은 딱 한 사람 남편뿐이었다고 한다
아들도 딸들도 있지만 다 결혼하고 나니 혼자 덜렁 남았다고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자식들이 남편처럼 진짜 내편은 아니란 사실이었다
고
언니의 집을 나왔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언니의 청춘의 날들이 꽃송이마다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남편 사랑받으며 아이들 키우며 부러울 것 없이 누리고 살았을 날들이 꽃송이 속에서 웃으며
행복하라는 것 같다
그래 내 편은 역시 짝꿍이지
언제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챙겨 주시는 늘 감사한 내편
매화 꽃송이 속의 언니에게 전한다
알겠어요
내편 잘 챙기며 행복하게 살아갈게요
잔잔한 미소로 서로를 마주 바라보면
하얀 귀밑머리에 파릇하던 시절 어느새
다 가고 이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들 차례차례 세워놓고 속이 깊은 바가지에
애틋한 사랑 넘치듯 한바가지 푹 퍼서
가슴 가득 채우며 살아갈게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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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부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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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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