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애가 타

by 한명화

나이 좀 된 문주란

겨우내

겉이 마르고 늘어져 힘들어하는 잎

청춘의 삶 위해 잘라내고 또 잘라내고

생채기 세어보니 네다섯 번

봄이 왔는데

어라? 어쩌면 좋을까

삶의 모습 증명하려나 보다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화살촉의 모습

분명

하얀 꽃을 피우고자

올라오려 애쓰며 애가 타는 꽃대

몇 날이 가도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손좀 내밀어 주세요

소리치고 또 소리쳐 봐도

잘려나간 어미 잎 대답이 없고

안쓰러워 칼집 내어 세상 보여주려 해도

스스로 올려야 할 운명이라니

문주란 꽃대의 부르짖음에

내 귀에 들려오는 청춘들의 부르짖음

자연 속 꽃대도 받쳐주는 힘 잃으니

저리 오르지 못하고 제자리 동동동

이력서만 200장 넘게 써놓고

낙심하다 떠나간 젊은 청춘의 죽엄

가슴에 깊이 박혔었는데

자연이나 인간이나 삶의 모습 닮았구나

오르려 애를 쓰는 문주란 꽃대 보며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 다가오며 아파하는 청춘들의 안타까운 삶의 모습 오버랩된다

청춘들이여!

힘내라! 힘내라! 또 힘내라고

문주란 꽃대 바라보며 응원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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