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란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Oct 28. 2022

문경새재에는

문경새재를 걷는다

하늘은 청명하고 공기도 맑고 가을이 즐겁다

돌아볼 것이 많아 눈이 바쁜 시간 발걸음도 춤을 춘다

새재비를 지나 너른 잔디 길가에 사과나무에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하나 똑 따보고 싶어 만져보지만 관광객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아 슬쩍 느낌만 갖는다

사과의 인사를 지나ㅡ 문경새재 옛 과거길ㅡ 이라는 돌비를 보며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이 길을 지났을지 가늠도 되지 않았

희비가 엇갈렸을 과거길

누군가는 어사화를 꽂고 의기양양했을 귀향길이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구고 지났을 이 길을 지켜보던 돌비는 행여 아닌지 ㅡ

저 앞에 성곽이 보인다

굳건하게 지어진 성곽의 중심에는  우뚝 쏟은 망루에 ㅡ영남 제1관 이라는 이름을 알리며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망루를 바라보며 그 옛날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고 또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지 잠시 그 현장을 떠올려 보았는데

피비린 네가 코끝을 스치며 몸서리가 쳐진다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쫓아내고 다시 걷는다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와 익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며 걷고 있는데 영화 세트장이 나왔고 왕과 왕비를 체험해 보세요 라며 유혹하고 있었다

65세 이상은 무료이며 그리고는 2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을 하여 들어가는 입구 옆쪽에

태조왕건촬영장적비 라는 돌비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태조 왕건 촬영을 위해 세운 세트장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수많은 사극이 촬영되었겠지만 ㅡ

세트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세트장의 모형들을 돌다 보면 다 거기가 거기같이 비슷해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는듯하다

단지 오래된 이곳에는 낡은 모습과 프린팅해 붙여둔 건물의 색체들이 바래고 또 떨어진 곳들이 있어 사극 촬영이 요즘엔 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 보았던 왕과 왕비가 되어보라던 홍보물이 거짓이 되어 버렸는데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여행을 가서 한 번씩 체험하며 웃고 동영상도 찍어 오는데 좀 아쉬웠다

천천히 왕궁과 관리들이 기거했을 거리와 형틀이 세워진 형 집행 틀 등을 돌아보고 서민들이 살고 있었을 초가집 동네도 돌아보며 무언가 이런 여행지에는 그곳만의 특별한 게 있으연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살아 숨 쉬는 거리가 아닌 죽어있는 삭막한 건물 사이를 돌아보고는 세트장을 나와 다시 문경새재의 가을을 걸으며 주차장을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경 옛길 박물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