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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같은 길인가 보다

by 한명화

여행 중 산길을 내려오다 만난

길옆에 누운 너

서럽고 서러운 울음으로

너의 삶을 전하는구나

깊은 산 중턱에 뿌리내리고

스치는 바람의 노래를 듣고

따뜻한 손 내미는 햇살을 사랑하고

친구들과 벗하며 행복했는데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차가운 바람 불어와 휘청이던 날

지나던 길손 얼음길 지나다가

미끄러지며 널 붙잡았나 보구나


긴 겨울도 푸르던 너는 소나무

찬바람 불어와도 의연하게

푸르름 자랑하며 부르던 노래

무심코 지나던 손길 하나가

네게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너의 삶을 가져가 버리고는

이 처럼 산길에 팽개쳤구나

살이 찢긴 고통에 서럽게 울부짖는

너의 통곡 들려와 가슴 저리다

이제는 삶을 잃은 너 이기에


소나무야!

인생길을 걷는 인간의 길이나

자연 속에 살던 너의 길이나

때로는 채이고

때로는 찢기어 고통으로 울부짖는 건

같은 길인가 보다

삶이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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