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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우리 더 자주 만나자고

by 한명화

어제 역에서 시작되었던 설렘 가득했던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반갑고 그리웠던 얼굴들 서로 끌어안고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 후 어제도 만났던 사람들처럼 옛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의 아지트인 또오리에도 변화가 있었다

2층 방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갔었는데 세태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벗지 않고 들어가 의자에 앉는 시스템으로 바뀐걸 보니 시간의 흐름이 있었구나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자니 능이오리백숙과 진흙구이 오리가 나오고 찰밥과 들깨죽 팥죽과 칼국수도 나오는 대로 모두들 몸보신을 하자며 열심히 먹는다

한샘! 열심히 많이 먹고 힘내요ㅡ

음식 앞에 별욕심이 없는 걸 아는 선배다

음식을 먹고 대화의 시간

총 동문회장님이 되신 선배가 모두에게 도와달라는 인사를 하고 아직도 활동이 열심인 분들에게 역할을 부탁한다

내게도 부탁이 들어와 유쾌한 거절법을 택했다

이제는 짝꿍과의 시간을 더 늘리려 활동자제를 생각하는데 또 바빠질 수는 없는 일이어서ㅡㅡ

그러고 보니 몇 분의 박사님들은 아직도 열강 중이고, 정년을 앞둔 후배는 손주사랑에 푹 빠져 정년 후에도 손주를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고,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 민화 화가가 된 친구는 폴란드까지 전시회를 다녀왔다며 그림 담은 편지봉투 몇 장식을 선물로 나눈다

ㅡ김수안님 작품ㅡ

모두 깜짝 놀라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집주인 전 회장님이 조용히 얘기한다

그는 활동을 정말 많이 했었고 후배들 사랑도 남달랐던 걸 모두 알고 있기에 조용해진다

ㅡ얼마 전 총 동문회장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고 정중히 거절하고 후배를 추천했다며

그렇게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머리를 때리는 무언가가 와서

ㅡ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

ㅡ 나는 어디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 지나 온 삶을 돌아보며

다 부질없는 짓이구나 ㅡ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제 내려놓고 자신을 위해 부인과 함께 여행도 하며 살기로 했다며 그 사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나 또한 짝꿍과 여행을 즐기고 있기에 ㅡ

얘기를 마치고는 무거운 공기를 바꾸려는 듯

이제 회의해야지요ㅡ라고

코로나 때부터 회장을 맡아온 강 회장님이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총무님과 사의를 표하시고 우리는 몇몇이 미리 얘기했던 후배를 추천했는데 아버지가 치매시라며 극구 사양을 했다

그러자 44대 회장님이

ㅡ다들 제말을 들으시고 그대로 이행해 주시지요 라더니

ㅡ회장은 한명화, 총무는 안ㅇㅇ 선생님

두 분이 맡아주시지요 이의 없으시지요?ㅡ모두들 와ㅡ함성으로 답하며 박수를 친다

깜짝 놀라 이유를 말하며 강력항의를 했지만 모두 박수로 통과시켜 버린다

아직도 할 일들이 내 사전에 쓰여있나 보다

잠시 후 총무를 맡게 된 샘이 웃으며

ㅡ 바쁘시겠어요 란다

ㅡ 아니? 총무가 힘든 거지

어차피 맡게 된 일 우린 마주 보고 웃었다

잘해보자는 의미가 담긴

모두가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시간 집주인 회장님은 깊은 사랑을 담아 진흙오리구이를 모두에게 한 마리씩 들려 주시며 따뜻한 마음을 주신다

가족들과 맛있게 먹으라시며

우리 더 자주 만나자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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