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는 마을 네트워크에서 어떤 실천적 의미를 가지는가?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로컬푸드 생협 매장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2011년부터 소비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자연드림과 같은 전국 단위 대형 생협들과는 달리 근교의 농산물을 위주로 취급하는 로컬푸드형 작은 생협매장입니다.
이 생협매장이 2012년도 마을기업 전국 최우수상을 받아 각종 언론에도 소개되고 전국 여러곳에서 선진지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찾아 오셨습니다.
마을의 조합원들에게는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채 2-3년도 지나지 않아
'상근자, 매니져 월급이 밀린다,
'거래체에 결제가 밀린다.'
이런 말들과 함께 재정문제가 물거졌습니다.
출자금, 마을기업 지원금, 포상금, 차입금까지
들어간 돈이 몇억인데 어떻게 그새 까먹어......
우리가 바깥의 칭찬에 도취되어 있을때 속으로는 큰 구멍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상근자들이 한참을 월급도 가지가지 못한채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적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구멍이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일단 회전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참고로 저희 매장은 몇개의 아파트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나 왼쪽으로 100m에 이마트에브리데이, 오른쪽으로 100m에 롯데슈퍼, 같은 건물 뒷편에 초록마을이 있습니다. 가격에서도 구색에서도, 일반 제품도, 유기농 제품도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이에 맞서 구색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갔지만 실제 대부분의 제품들은 회전율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둘째, 재고로 인한 손실분이 컸습니다.
실제 필요할때는 물건을 못 구해서 못 팔고
필요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물건이 쌓이고
일요일을 쉬고나면 월요일에 폐기되어 손실되는 부분이 컸습니다.
세째, 조합원의 확장에 한계를 들어냈습니다.
현실적으로 연 조합비가 유명무실한 가운데 실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유령조합원도 많았습니다.
초기에는 친환경유기농 생협으로 지역에 관심있는 분들을 손쉽게 확장할수 있었지만 어느정도 확장된 이후에는 새로이 추가적인 조합원 확장이 매우 더디게 이루어졌습니다.
더 상세한 분석은 다른 챕터에서 다시 한 번 해 보고 여기서는 역활론에 따른 문제의 책임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이 적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상근자의 탓일까요?
협동조합이니 조합 이사회의 탓일까요?
책임자가 애매한 협동조합이니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을까요?
현대 도시인에게 있어 협동조합이란, 소비자 협동조합이란 무엇일까?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은 어떤 역활을 가지는가?
우리가 소비자 협동조합을 통해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 협동조합은 개별 소비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혼자서 해결하거나 시장 혹은 공공서비스에서 이용하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모여서 함께 해결하려는 조직입니다.
출발이 그렇다면 소비자 협동조합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현명한 소비자 만들기?
효율적인 소비자 만들기?
소비자가 모여 규모의 경제 혹은 소비자 파워 만들기?
소비자 협동조합은 더 뛰어난 소비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 협동조합은 공동구매와 같은 경제적 이득이나 소비자 권익 향상같은 시민운동의 형태와는 다릅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루겠지만 싼 물건 좋은 물건 싸게 파는 것은 대기업만 가능합니다.
단기간에 단품목은 가능할수도 있지만 지속가능은 어렵습니다.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소비자는 지속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을수 있을까요?
소비자 협동조합은 앞서 커뮤니티비즈니스의 특성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개인의 존엄과
소비자의 탈소비자를 목적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마트에서의 혼자 쇼핑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카트를 끌고
진열된 물건들속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선택해서 카트에 담고
계산대에 올리고
포스기에 달린 LED화면에 나온 금액을 확인하고
신용카드를 내밀고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받고
카트에 다시 물건을 담아 차로 이동합니다.
이 중에 대화를 나누는 구간이 있습니까?
카드로 계산을 하던 직원이
'포인트 적립 하시겠어요?'
정도 뿐일것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계산대조차 무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무인화가 외국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에는 무인계산대가 훵씬 더 많이 보이네요 ㅠㅠ)
소비를 하는 '나'가 '나'임을 인지할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장점은 덤과 같은 정이 있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다른면에서 바라보면 쌍방적 소통관계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대형마트가 일방적 소통관계라면 전통시장은 쌍방적 소통관계가 있고, 그러기에 덤이라는 것도 대화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트에서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시식코너의 제품이 매출이 높은 것은
무료 시식을 한것이 맛있기 때문이거나 할인품목이어서가 아니라
맛을 보며 잠깐이라도 사물이 아닌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한마디 말을 붙여본 제품에
소비자는 더 쉽게 이끌리기 때문은 아닌지....
옛날 동네 단골 가게에서는 생각해봅니다.
마트에서 찾는 물건이 없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오지요
마트에서 물건이 신선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오시요
단골가게에서는
물건이 없으면 왜 없느냐, 언제 가져다 놓느냐 이야기 하고
물건이 신선하지 못하면 '오늘은 물건이 왜 이래, 좀 더 깎아줘'
이렇게 대화가 있었습니다.
상호간의 소통과 공감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물건을 소비하는 '나'가 확인되는 공간 이었습니다.
소비자 협동조합은 소비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관계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입니다.
포스기와 나와의 관계
진열장의 포장봉지에 적혀진 정보와 나와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소통을 통한 관계의 회복
이를 통해 '나'를 관계속에 인지시키고 그속에서 나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관계속에서 가지는 소비자 협동조합의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러한 '나'가 인지되고 소중해지는 관계가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명한(효율적인) 소비자의 집단이 아니라 이 소비를 생산으로 바꿀수 있는 적극적인 쌍방향 활동이 필요합니다.
소비자협동조합에서 필요한 조합원은 현명한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 소비자, 생산적 소비자입니다.
생산적 소비자를 무엇일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요구하고(명확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제품의 품질이 원하는 사양과 다르면 다르다고 이야기 하고 자신이 원하는 기준을 이야기하고
현재의 공간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자체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을 우리는 생산적 소비자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다시 앞서 언급했던 협동조합의 책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장의 실패는 다양한 원인을 가진 다변적 활동의 결과이겠지만
가장 큰 부분 중에 하나는 분명 이용하는 조합원에게 있습니다.
매장에 방문해 자기가 필요한 물건은 사고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옆의 이마트에브리데이나 롯데슈퍼에 가서 구매활동을 하는 소비자라면
우리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할 이유가 있을가요?
상근자가 있다지만 어떤 상근자가 여러분들의 냉장고 안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헷갈려 하는 냉장고 안을......
대기업 매장들이야 오랜 노하우와 데이타로 수요와 공급에 맞춰 매장의 진열품을 매춰 나가겠지만
일반적인 협동조합 매장에서는 여러분이 뭘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겠습니까?
필요할때는 미리 준비 못 해 없고
필요한 시기가 지나면 뒤늦게 입고된 물량이 쌓이고
이런 반복적인 상황의 문제는 결국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상근자의 문제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이용자에게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마트가 아니라 협동조합이니까?
일방적인 관계과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나'를 각인하고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소비는 이마트의 소비와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 역시 문제가 발생한뒤 조합원들의 개선 노력도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엄마들은 구매관리팀을 꾸립니다.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자신들의 데이타를 공유하고 자기 집 냉장고 재고를 확인하고....
아빠들은 장부를 만들고 원가 분석을 진행하는 관리팀을 꾸립니다.
아빠들이 회사에서 하던 회계-마케팅-기획.... 이런 일들을 협동조합에서 모여 회의하고 논의합니다.
가격 책정과 판매 방식에 대한 기존의 오류를 수정하고
회계분석을 통해 이익과 손실을 바로 확인할수 있는 구조의 틀을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기존과는 다른 세가지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 물건의 구색을 1/3이하로 줄인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이마트에브리데이나 롯데슈퍼, 초록마을이 아니다.
품질과 가격으로 그들을 이길수 없다면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2) 매출의 대부분을 공동구매로 진행하자.
예를 들어 고기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입고를 하기로 약속하고
월요일 저녁,목요일 저녁에 이용자가 필요한 양만큼 주문을 받아 그 양만큼만 혹은 그 양에서 아주 조금만 추가해서 입고되는 당일 소진을 목표로 한다.
3) 물건을 잘 파는 것에서 관계를 잘 맺는 것으로 사고를 전환하자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나 문화프로그램들을 통해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자
고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품목을 공동구매로 진행하니 소비자는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날짜에 맞춰 자신의 소비를 조절할 수 있어 소비자와 조합이 모두 윈윈이 될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환경을 주도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소비자가 자신의 냉장고 안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되고 제품의 품질이나 특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을 카페와의 통합(개발로 인해 매장에서 쫓겨나면서 별도로 운영되던 판매매장과 마을카페를 합쳐서 새로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으로 거래의 공간에서 관계의 공간으로 전환해 현재는 10여개 이상의 동아리 활동과 월 1~2회이상의 공연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협매장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챕터의 소제목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마을 네트워크에서 어떤 실천적 의미를 가지는가의 답을 정리해 보면
@ '나'의 자각과 존엄을 유지, 발전시키고
@ 효율적 소비자가 생산적 소비자로 발전할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연대하는 것
으로 마무리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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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현명한 소비자
현대 자본주의는 소비가 미덕입니다.
현명하고 효율적인 소비를 권장합니다.
소비를 착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하고, 현명하게 하고,,,,,
소비를 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비를 하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