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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종윤아빠 Feb 26. 2018

25. 프레임 전략 - 유럽와 우리의 장기기증 프레임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니스 - 개인의 선택을 사회적 의무로 전환 시켜라.

2018년 2월 13일

네델란드에서 아주 의미 있는 법안이 하나 통과 되었습니다.

특별히 거부하지 않으면 죽은 뒤 장기를 자동으로 기증하도록 하는 법안.

1년 넘게 하원과 상원을 거쳐 법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네델란드 국민 전체를 잠재적 장기 기증자로 보고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사후에 자동적으로 장기 기증이 이루어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네델란드에서 처음 시도되는 법안 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스페인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법률로 이번에 네델란드가 추가되었고 영국-덴마크-독일에서도 논의중입니다.


https://www.konos.go.kr에서 발췌

 아래 미국의 운전면허증을 보면 아래쪽에 핑크색 조그마한 원안에 door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장기 기증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운전면허 신청시 장기기증에 대한 동의 여부를 예, 아니요로 선택해서 표기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처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들은 장기 기증의 동의를 물어보고 이를 통해 기증자를 결정합니다.

 


http://www.321auto.com/ 에서 발췌

하지만 위에 언급한 프랑스나 스웨덴, 그리고 이번에 법안이 통과한 네델란드에서는 '당신은 장기기증을 동의하지 않는가' 물어봅니다.

이 두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가집니다.

'동의하는가?'의 질문은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희생적인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가?'의 질문은  사회 구성원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첫번재 질문은 개인의 가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도 따르고 구지 따라야 한다는 의무도 없지만

두번째 질문은 사회적 의무로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첫번째 질문에서 20%~30의 동의가 나오는 것에 비해 두번째 질문에서는 장기기증에 60%이상의 동의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차이 때문입니다.


앞선 챕터 선택의 역설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너무 많은 개인적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위험(장기기증)을 회피하려 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로 사회적 구성원으로 포함되기 위한 의무감(장기기증)을 달성하려 합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동의하는가의 질문에서는 아니요를 선택시 더 이상의 행동이 없이도 상황이 종료됩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가의 질문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적어서 다시 서류를 보내야 합니다. 해당 서류를 보내지 않으면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려면 귀찮은 절차를 더 행동해야 합니다.

편하게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할 수 있음과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추가해 놓은 것에서도 이런 차이를 보입니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면 답변이 바뀝니다.

질문의 프레임이 바뀌면 결론의 방향이 바뀝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둘러싼 가슴아픈 논쟁을 기억하실겁니다.

그때 많은 분들은 무릎을 꿇은 엄마들의 사진을 제일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찬성하는 장애엄마들과 반대하는 지역주민으로 갈린 프레임이 제일 화가 났습니다. 

만일 찬성하는 장애엄마들과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구도가

찬성하는 지역주민과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구도로 갔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나쁜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영향력을 발휘할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요?

이게 옳으니까? 맞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이야기만 더 크게 더 열심히 하는 것만큼이나,

찬성하는 지역주민을 더 찾아내고 확장해 냈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큽니다. 

갈등구조에 있어 어떻게 프레임을 짜느냐는 매우 중요한 접점입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최근에 사용하는 '사회적 회계'도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는 프레임입니다.

기존의 재무적 회계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조직의 사회적 성과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도구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회계 활동을 통해 조직의 미션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목적이 공공 경제나 시장 경제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는 툴도 달라야 합니다.


대안 화폐 혹은 지역 화폐에서도 새로운 프레임이 나타납니다.

기존의 유형화폐에서는 발행의 안정성 문제, 보관성의 문제등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지역 화폐 시스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거래를 발생 시킬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은행위원회를 꾸려 온라인 상에서 마을과 마을화폐를 발행하면 이를 통해 월급을 주거나 용돈을 줄수도 있고 온라인상의 마을 주민간 제품의 거래도 가능하며 온라인상의 마을가게로 등록된 오프라인 가게에서 결제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세상을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프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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