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조차 잘 해내지 못하는 아이였다.
이런 나의 모습이 너무 못났다며 혼자 자책하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품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남들 앞에서 움츠러드는 모습만큼은 아이가 닮지 않기를 바랐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선뜻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날 닮아서 소극적인가?
걱정스러웠다.
어제저녁 일곱 살이 된 아이의 학예회가 있었다.
작년에도 씩씩하게 무대를 해냈지만
그땐 어렸고 지금은 좀 더 커서 무대가 더 부담되고 떨리는 건 아닐까.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내가 더 떨렸다.
이런 생각은 아이를 키우면서 하는 가장 큰 착각이다.
나를 아이에게 투영하는 것.
내가 그러니 내 아이도 그럴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
아이의 무대는 완벽했다.
미소를 띤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동작.
아이가 훌쩍 컸음을 그리고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잘 크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내 아이는 나와는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감격적이고도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너만 보인단 말이야. 눈을 감아도 너만 보인단 말이야.'
무대 위에 오른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내 아이만 선명하게 보이는 건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겠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연애때와 비슷한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남편에게만 포커스 되어 다른 사람들은 흐릿해지는 청춘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경험을
이제 우리 딸을 통해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연인사이의 절절한 사랑노래를 들으면
내 아이가 떠오른다.
특히 이 노래.
네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나
힘든 시간 날 지켜준 사람
이제는 내가 그댈 지킬 테니
너의 품은 항상 따뜻했어
고단했던 나의 하루에 유일한 휴식처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지
나를 보는 네 눈빛은
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모든 순간은 눈부셨다
불안했던 나의 고된 삶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와 날 웃게 해준 너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네 품속에 있는 지금 순간 순간이
영원 했으면 해
갈게 바람이 좋은 날에
햇살 눈부신 어떤 날에 너에게로
처음 내게 왔던 그날처럼...
아이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순간순간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스쳐 눈물이 왈칵 났다.
나의 첫사랑이자 끝사랑.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