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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날

그저그런날들

노잼시기

by 방토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고 일하다 퇴근하고 아이 하원시키고 저녁 먹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씻기고 재우면 하루 끝.

이런 하루가 쌓이면 일주일 한달이 되고

매달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금액이 찍히는 월급날이 돌아온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건

감사해야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을 일상 속에도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어느새 쑥 커버려 작년에 입던 옷이 작아진 아이의 옷 소매를 볼때

말간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기였을때를 떠올릴 때


그러다 문득


얼마전 애니메이션 위시를 감명깊게 본 딸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 불쑥 떠오른다.


"엄마의 소원은 뭐야?

나에 대한거 가족 얘기 말고 엄마가 이루고 싶은 엄마만의 소원 말이야."


이전에 물었던 똑같은 질문에

우리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나의 소원이라 답했는데

이번엔 나의 개인적인 소원이 궁금했나보다.


말문이 막혀 생각에 잠기다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그저 돈벌이가 중요해졌고 배 나오고 흰머리가 꽤 눈에 띄는 아줌마가 된 나...

이런 나의 모습까지 사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하다.


괜찮다.

난 지금도 충분하다.

예전만큼 날씬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래도 나의 이런 모습을 예쁘다고 해주는 딸도 있고 날 사랑해주는 남편도 있다.


생각의 무게를 다른쪽으로 기울여본다.


최근의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지금의 일상이 깨지는 것이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왠만한 일도 사사로운 일처럼 느껴졌다.


소원은 오늘같은 내일을 보내는 것.

평온하고 무탈하고 평화로운 아침과 밤을 맞이하는 것그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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