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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날

확인사살에 대하여

by 방토


어제 연재 브런치북에 올린 확인사살이라는 글이 많은 라이킷을 받아 어리둥절하면서

내가 채운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그러다 다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울컥 올라왔다.


아빠에게 전활 걸어 따져 묻고 싶었다.

“ 아빠는 왜 항상 비교를 하는 거야? 비교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가 못났다는 거 알거든?

그리고 내가 언제 아빠를 다른 아빠들이랑 비교한 적이 있어? 아빠는 비교당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

이렇게 쉬지 않게 따발총처럼 쏘아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한쪽으로 생각의 무게가 기울면 다시 평형을 찾기 힘든 사람.

그런데 나이가 한 살 더 먹어서 인가, 생각의 무게가 다른 쪽으로도 실렸다.

곰곰이 아주 찬찬히 생각해 보면

아빠의 비교는 부정적인 것을 강화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이번에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도 아빠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언니 집에는 멀쩡한 식물도 말라죽어가는데 너는 식물들을 참 잘 키우는구나.”


아빠는 칭찬을 할 때도 비교를 하며 칭찬을 한다.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나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아빠의 칭찬을 받을 때 온전히 기쁜 적이 없었다.

나를 칭찬하기 위해 멀쩡한 언니의 멱살을 끌고 와 깎아내리는 것이 마음 편할 리가 없다.

나 역시 비교대상으로 얼마나 많이 깎아내렸을지 잘 아니까.


칠순의 아빠의 화법에서 아빠의 인생이 보인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치열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특히 예민한 아빠이기에 젊은 시절 그렇게 숱하게 직장을 그만뒀다.

그럼에도 남들 못지않게 자식들 번듯하게 키워내기 위해 악착같이 뼈를 갈아 넣어 일하셨다.

아빠가 내뱉는 비교에는 악의는 없음을. 나를 상처 내고자 하려는 뜻은 없었음을.

그러니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한없이 땅굴을 파고 무력감과 패배감에 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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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확인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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