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기특해졌다.
언젠가부터 배 부른 느낌이 썩 좋지가 않다.
소화가 잘 안 될뿐더러 특히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
먹는 행위가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장의 배를 채운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가급적 점심메뉴는 채소와 통밀로 만든 샌드위치나 토마토가 잔뜩 든 수프 등. 나름대로 건강하다고 믿는 음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배가 몹시 고프지 않을 때는 커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늦은 아침식사로 집에서 챙겨온 과일이나 달걀을 먹은 상태기 때문에 배가 막 고프지 않다.
온전히 자유인 점심시간에 나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
그때그때 그리고 싶은 사물을 그리게 됐는데 불과 며칠 밖에 안 됐지만 무척 힐링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가 성장한 느낌마저 든다. 그 이유는 그림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그림은 잘 그리고 싶고 그런데 실력은 안 따라주고 그래서 그림을 그리다가 지워버리기 일쑤였는데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색이 덧입혀지고 작은 터치로 그림이 달라지는 그 과정을 즐겁게 여기자고 마음을 먹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결과물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는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이전에는 그림 그리는 중간중간 머릿속에 그리던 완성작과는 점점 멀어지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상해서 끝까지 완성하기보단 지워버리기 일쑤였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그려보자는
심정으로 그려보니 (철저히 내 기준에서) 나 스스로 흡족한 결과물이 완성되고 있다.
심지어 머릿속에 그렸던 결과물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기특할 정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아니면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는 것.
잘 그리지 못하기에 오히려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나의 개성이라고 다독여본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놓자 그림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나 스스로 나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도 근사하다. 이런 마음이 드는 내가 어제보다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