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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가장 고요할수가

나의 오랜 잠에 대해

by 방토



나에겐 중력의 법칙처럼 거스르기 힘든 것이 아침 잠이다.


잠자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생동감이 넘치던 학창시절부터 20대를 거쳐 불과 작년까지도

평일 아침 알람소리에 맞춰 눈을 떠야하는게 그렇게 전쟁일수가 없었다.


주말에는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몰아잤다.

오후 1시가 훌쩍 넘어서 일어나면 가족들은 배도 안고프냐며 한마디씩 했다.

잠은 자도 자도 부족하고 나에게 가장 안락하고 포근한 행위였다.


아이를 키우는건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목소리나 알람없이

아침에 늘어지게 시체처럼 푹 자는것이 소원이었다.


평일 아침 출근과 등원준비를 위해 알리는 알람소리가 심장에 얼음을 댄것처럼 선득해진다.

요즘은 빙판길 출근을 조심하라는 이른 시간의 안내문자 알림에 그만 잠이 깨고만다.


예전같으면 잠에 취해 알람소리 서너번은 못들을텐데

나이 탓일까. 이젠 아침잠이 조금씩 달아나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잠이 없어지는 이유가

내 인생의 남은 날들이 짧아지고 있고 그 시간들이 유한하다고 느끼기에

살아있는 시간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들은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다니고 집안 살림을 하고

하나로도 벅찰것 같은 이 삶을 살아가며 나는 몽당분필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닳고 닳고 닳아가는것 같다.


하루종일 날아다녀서일까,

밤 아홉시를 기점으로 특히 등쪽의 날개뼈가 내려앉을것 같다.


아이가 잠들면 방전한 사람처럼 꼼짝을 하지 않고 그대로 거실에 널브러진다.

문득 일찍 잠드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스쳤다.

잠이 아깝다고? 정말 별일이다.


내가 의식하는 시간에서 닳고 닳은 나를 치유해줄수 있는 것이 잠 뿐만 아니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지금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중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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