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네 타는 것을 좋아한다. 그네 위로 혼자 기어올라가 로프를 단단히 잡고 "밀어줘." 한다. 너는 밀어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내가 옆 그네에 앉기를 주문한다. 너는 그런 모순을 내게 자꾸 주문한다. 내가 그네를 좋아하던 것은 어릴 때 일인데 너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닮았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그네를 타면 걱정이 없었다. 그저 힘껏 나아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만 생각하면 됐다. 나아갈 때도 돌아올 때도 바람에 몸이 붕 떴다. 꼭대기에 오를 때마다 나를 조금씩 뱉어내다 보면 나는 사라지고 바람이 그네를 탔다.
그네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너는 앞만 바라본다. 옆을 돌아볼 만도 한데 그러는 법이 없다. 뒤통수가 보인다.
바람이구나. 뒤통수만 보이는 데도 예쁜 사람이 있다. 귀에 달이 걸려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고 보면 달을 보고 "달"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