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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Nov 08. 2022

(시) 밥

61번째 생일을 맞은 아내에게


공기밥, 너를 

내 편의대로

반찬 먹는 받침으로 이용하다

갖은양념  밀어냈다는 건

더할 수 없는 치욕이었겠지


찬란했던 가을 무엇보다

고개 숙일  알던 너였다


죽음이 예상되었을 만큼

험난했던 계절을 극복하고도

햇빛보다 더 풍요로워질

있음을 몸소 보여주던 너였다


게다가 꿋꿋하게 지켜온 열정과

겸손 한 그릇의 밥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잊은 적 없었다


생각해보면

너는 씹을수록 맛있었다


삼겹살과 함께 씹으면

더 맛있고

생선회와 함께 씹어도

환상적인 맛이었다


김치와 함께  씹을 

세상 평화로운 맛이었다가

갖은 야채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씹으면

세상 자유로운 맛이더니


너만 한수저 입에 넣고 씹었는데도

세상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사실 너처럼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건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너를 닮고 싶었다

나는 아내에게 한 그릇의 밥이고 싶었

아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과

함께 씹혀도 맛있고

혼자 씹혀도 세상 맛있는 이고 싶었다


가끔 아내의 편의를 위해 이용되다

한 그릇 밥처럼 더럽혀져

치욕스럽게 버려지더라도.....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사랑으로 기억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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