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밥, 너를
내 편의대로
반찬 먹는 받침으로 이용하다
갖은양념 묻혀 밀어냈다는 건
더할 수 없는 치욕이었겠지
찬란했던 가을 무엇보다
고개 숙일 줄 알던 너였다
죽음이 예상되었을 만큼
험난했던 계절을 극복하고도
햇빛보다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던 너였다
게다가 꿋꿋하게 지켜온 열정과
겸손이 한 그릇의 밥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넌 잊은 적 없었다
생각해보면
너는 씹을수록 맛있었다
삼겹살과 함께 씹으면
더 맛있고
생선회와 함께 씹어도
환상적인 맛이었다
김치와 함께 씹을 땐
세상 평화로운 맛이었다가
갖은 야채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씹으면
세상 자유로운 맛이더니
너만 한수저 입에 넣고 씹었는데도
세상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사실 너처럼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건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너를 닮고 싶었다
나는 아내에게 한 그릇의 밥이고 싶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과
함께 씹혀도 맛있고
혼자 씹혀도 세상 맛있는 밥이고 싶었다
가끔 아내의 편의를 위해 이용되다
한 그릇 밥처럼 더럽혀져
치욕스럽게 버려지더라도.....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사랑으로 기억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