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밥

61번째 생일을 맞은 아내에게

by 이세벽


공기밥, 너를

내 편의대로

반찬 먹는 받침으로 이용하다

갖은양념 묻혀 밀어냈다는 건

더할 수 없는 치욕이었겠지


찬란했던 가을 무엇보다

고개 숙일 줄 알던 너였다


죽음이 예상되었을 만큼

험난했던 계절을 극복하고도

햇빛보다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던 너였다


게다가 꿋꿋하게 지켜온 열정과

겸손이 한 그릇의 밥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넌 잊은 적 없었다


생각해보면

너는 씹을수록 맛있었다


삼겹살과 함께 씹으면

더 맛있고

생선회와 함께 씹어도

환상적인 맛이었다


김치와 함께 씹을 땐

세상 평화로운 맛이었다가

갖은 야채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씹으면

세상 자유로운 맛이더니


너만 한수저 입에 넣고 씹었는데도

세상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사실 너처럼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건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너를 닮고 싶었다

나는 아내에게 한 그릇의 밥이고 싶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과

함께 씹혀도 맛있고

혼자 씹혀도 세상 맛있는 밥이고 싶었다


가끔 아내의 편의를 위해 이용되다

한 그릇 밥처럼 더럽혀져

치욕스럽게 버려지더라도.....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사랑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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