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별(이별)에게 보내는 편지
(시) 오래된 술집에서
먼지 낀 낡은 추억이 떠다니던
그 오래된 술집에서 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왜 이별이라고 하는지 알아요!
이별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별이 되는 거니까요
사랑은 두 개의 별이 서로 부딪쳐서 하나가 된 행성이어요
별과 별이 부딪친다고 다 행성이 되는 건 아니겠죠!
많은 별들이 서로 부딪쳐 상처를 입거나 깨어지고 말아요
하나의 행성이 되는 건 흔치 않죠 그래서 사랑이 귀한 거라고요
우리는 먼 데서 바라봐야 하는 두 개의 별이지만 뭐 부딪칠 일도 없죠
무대 없는 술집에 울려 퍼지던 통기타 소리 덕택에
처음부터 우리는 두 개의 별이 되어 마주 앉았던 거야
내 별과 당신 별, 두 개의 별을 섭섭함도 없이 마시고 있었던 거지
불콰해진 얼굴로 노래하던 무명가수의 목소리가 제법 우리를 설레게 했지만
별과 별이 다가가기에는 술집 벽과 우리 옆 창문틀에서 너무 찌든 냄새가 났어
그리고 술집 하늘 귀퉁이마다 거미줄이 늘어져 있던 걸 당신도 알았을 거야
아마도 그래서 당신은 술잔을 들자마자 두 개의 별에 대해 이야기했겠지
이제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 술집에 들어가 앉으며 어둔 창문 밖에 서성이는
겨울나무를 보고 말았어
벽난로 안에서 뜨겁게 타오르던 장작의 울음소리도 들었던 것 같아
내가 당신을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
겨울나무와 벌겋게 타서 재가될 장작의 울음소리 말이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꾸 흰눈처럼 그리움이 쌓이고
별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자 그리움은 자꾸 어려져
별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움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해
문득 두 개의 별이 서로를 무궁무진하게 바라보다 행성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걱정됐어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아무리 별과 별 사이가 멀다고 해도
아주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리움이 자라고 자라 결국 서로를 껴안을 만큼 가까워지지 않을까 두려웠어
그 밤 술집에서 내 안에 쌓이던 그리움도 자라고 있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내 안엔 흰눈 같은 그리움이 쌓이고 있어
하지만 당신 말대로 우리가 부딪칠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