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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May 26. 2024

06. 전원(Transfer) (2)

2022/11/00


○○ 대학 병원은 낯설지 않았다. 엄마를 따라 두어 번 와 봤기 때문이다.

천만다행히도 도착할 때까지 응급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엄마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나는 응급실 사무 직원에게 여러 안내 사항을 듣고 각종 서류를 작성했다. 내가 가져온 진료 기록을 넘기고 사설 구급차 이용료를 결제한 뒤에야 엄마 곁으로 갈 수 있었다. 종합 병원에서 쓰다가 남은 기저귀, 패드, 물티슈, 물컵 등 한 꾸러미 짐을 가지고.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간호사와 흰 가운 걸친 여럿이 다가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환복이었다. 보호자는 잠시 비켜 달라는 말에 나는 커튼 밖에 서 있어야 했다.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이전 병원 환자복과 기저귀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그다음은 링거 줄 연결이었던가, 채혈이었던가. 간호사들은 도저히 바늘 꽂을 곳을 찾지 못해 당황했다. 엄마의 양팔이며 양다리엔 온통 주삿바늘 자국과 멍이 가득했다. 조금 거친 손길들이 이리저리 헤집었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가만히 누워 있기만도 힘에 부친데 여러 사람이 내버려 두질 않으니 미칠 것 같았으리라.

의료진이 떠나고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을 때 울음이 터졌다. 오지 말걸 그랬나. 괴로워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니 후회가 덮쳐왔다. 괜히 여기까지 와서 아픈 엄마를 더 아프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우는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더 불안할 텐데. 심란할 텐데. 그렇다고 함부로 자리를 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보호자가 나뿐이었으니까.

“울어?” 소곤거리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 베드가 모두 비어 있어 눈에 띄었던 걸지도 모른다. 천천히 눈물을 그치고 물티슈를 꺼내 엄마 얼굴을 살살 닦아 주었다. 의사가 호출할 때까지 두어 시간이 걸렸다.

워낙 안 좋은 상태로 오셔서…….”

어쨌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비슷한 걸 했던 것 같다. 나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원 후 보호자의 일차적인 역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버스, 지하철, 다시 버스를 타고 자취방에 돌아오면서 보고하듯 외삼촌, 이모, 아빠에게 연락을 돌렸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은 고맙긴 했지만 그다지 힘이 되지 않았다. 나는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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