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0
딱딱한 대기 의자에 그저 무력하게 앉아 있던 때였다.
난데없이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내용은 더 난데없었다.
“병원 다 왔어. 주차하고 금방 갈게.”
조금 뒤 로비로 이모와 사촌 동생, 그 사촌 동생의 아기가 다급히 들어섰다.
몇 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었다.
이모는 내 어깨를 힘주어 안고 다독여 준 뒤 엄마의 상태를 묻고 곧 외삼촌도 도착할 거라고 했다.
사촌 동생은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의 손을 꼭 잡고 괜찮으냐 걱정했다.
의사의 말대로 충격적이었던 엄마 모습을 떠올리기가 힘겨웠다.
아니, 눈에 각인된 듯 사라지지 않아서 괴로웠다.
이어서 외삼촌도 도착했다.
임종이 가까운 시점이어서 단 한 번 허락됐던 면회였다.
이모와 외삼촌은 엄마의 동생인데 멀리 살아 조금 늦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엄격히 제한된 시간을 조건으로 두 분도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천진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조카를 보며 사촌 동생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나는 전혀 못 알아듣는 아이의 웅얼거림을 단번에 잡아내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되었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열린 중환자실 문 안으로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 이모와 외삼촌이 보였다.
이모는 페이퍼 타올로 눈물범벅인 얼굴을 닦았고 외삼촌은 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의자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킨 이모가 내게 말했다.
“기계가 계속 돌아가고 있으니 오늘까지는 괜찮을 거야. 밥 먹자. 먹고 집에 데려다줄게.”
지금까지처럼 혼자 있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일어섰다.
병원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 이모와 외삼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얼굴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게 기어코 서러웠다. 못내 미웠다.
“비행기표를 싸게 구해서 크리스마스쯤 우리 다섯 식구 제주도에 가기로 했는데……. 뭐,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방금까지 화장이 다 번지도록 울던 이모의 말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내가 있었다.
있었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1분 1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엄마, 몇 시간 내내 걷고 있을 아빠, 그리고 내 앞의 네 사람.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