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1
자정이 다 되어 갈 때쯤, 병원에서 마지막 호출이 왔다.
일고여덟 시간 걸어서 집으로 왔던 아빠는 너 혼자 가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 모든 일에 지쳐서 그랬을 테지만 나도 멀쩡한 정신은 아니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다가 울음이 터졌다. 나 혼자 감당해야 할 슬픔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게 버거워 집 밖으로 나서기 전, 엎드려 누워 있는 아빠에게 울면서 물었다.
“진짜 나 혼자 가?”
대답이 없었다.
“나 혼자 가냐구.”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 아빠가 겉옷을 챙겨 입었다.
울지 말라거나 괜찮다거나 하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임종이 가깝다는 연락이 와서요.”
중환자실 앞 보안 직원에게 우리가 왔음을 전하고 십여 분을 기다렸다.
바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가 엄마를 마주했을 때 의사가 말했다.
“○○○님, - 시, - 분 사망하셨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뒤였다. 대기하던 그 몇 분 안에 엄마가 떠났다.
원래 임종은 떠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게 아니던가?
왜 엄마가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우리를 부른 거지?
엄마는… 엄마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안 믿겼다.
하고 싶은 말을 꺼내 보지도 못했다는 게.
엄마의 손을 붙잡았다. 한 번만 내 이름을 불러 줬으면.
언제나처럼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아나운서처럼 또박한 발음으로.
그 이름 뒤에 원망의 말이나 저주를 해도 좋으니.
그냥 꼭 한 번만, 내 이름을 불러 줬으면.
영원한 이별 앞에 유일한 바람이 흘러갔다. 흩어졌다.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