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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김승주 Aug 28. 2019

바다에서 마주치는 삶의 모습들


바구니 배



베트남 호치민 항으로 향하는 길에 말로만 듣던 바구니 배를 마주했다.


선장님은 우리 항로가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시고 승선하자마자 바구니 배를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 나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바구니 모양을 한 배에 탄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따로 동력이 없어 손이나 노를 저어 이동했다. 얼핏 보면 웬 바구니 하나가 바다에 덩그러니 표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력이 있는 조그마한 어선이 바구니 배를 풀어두고 수거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바구니 배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크기도 조그마해서 자칫하면 파도로 오해할 수도 있다. 레이더로는 파악에 한계가 있어 육안으로 살펴 가며 피하는 수밖에 없다. 보통 바구니 배는 모선을 주위에 두고 몰려있기 때문에 하나를 발견하면 주변에 수많은 배들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멀리서 바구니 배를 한 척 발견하고 주위를 보니 수십 척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흩어져 있었다. 


멀리서 보였던 배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쌍안경을 들어 얼굴에 밀착시켰다. 

비좁은 바구니 안에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앉아 있었다. 베트남 특유의 창이 큰 모자를 쓰고 맨손으로 낚싯줄을 들었다 올렸다 하고 있었다. 가끔 낚싯대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비 올 때를 대비한 우산과 노로 보이는 긴 장대가 바구니 안쪽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가만 보니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0~40대로 보이는 여성들도 있었다.


쌍안경으로 보고 있는 나와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흠칫 놀랐지만, 의외로 그들은 별 관심 없다는 무표정한 눈빛을 보냈다. 덕분에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표정에는 전부 생기가 없었다. 무심한 얼굴 아래로 삶의 고단함이 비쳤다. 큰 배가 지나다니는 길목에서의 낚시는 위험한 일이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며 작은 배에서 잡아 올린 몇 마리의 생선이 그들의 하루를 책임질 양식이라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들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배를 몰았다. 충돌을 피하는 것은 물론 혹여나 우리 배가 바다를 가로지르며 밀어낸 물살에 바구니 배가 휩쓸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바구니 배 무리를 보내고 한참이 지나도 착잡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사는 게 수월할 수가 없다. 


배는 아득히 멀어졌지만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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