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행운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집에 오다 빨간 불인 횡단보도를 무거운 걸음으로 뒤뚱뒤뚱 달리며 건너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왜 저분은 단 몇 분 정도를 빨리 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일까.
안전할 확률이 98퍼센트가 된다고 해도 사람 목숨이란 건 나머지 2퍼센트 때문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곤 하는데 말이다.
잠시 고민하다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수십 년을 운 좋게 무사히 살아남았다면, 자신의 행운을 과대평가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이 따른 결과인지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그런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행운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고 있을까.
내게 내일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어떠한 행운들이 중첩된 결과임을 얼마나 실감하고 있을까.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틀어졌다면 인생이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었던 순간들을 무사히 지나온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소중한 일이인지를 느끼고 있을까?
어쩌면 나 또한 지금 나에게 주어진 행운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감사하지 못하면서, 손에 없는 것만을 욕심내고 한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며 잠시 반성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