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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Apr 26. 2018

녹취의 시대, 리더의 기준

학습된 부정, 반복된 일탈이 부르는 '녹음' 버튼

  재벌 일가의 갑질 사례가 연일 뉴스를 뒤덮고 있다. 한 앵커는 '세상이 모두가 변하자고 해도, 끝까지 변하지 않는 이들의 행태'라 평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대부분 많은 임원들을 앞에 두고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목이 높여 얘기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금번 사태가 다른 사례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대다수로부터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증거들이 그들이 누려왔던 지난 몇십 년을 오늘 현재로 소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녹취파일과 영상들. 그들은 왜 한참 동안 이 유쾌하지 않은 내용의 녹음파일을 한 시도 떨어지지 않을 휴대폰에 넣고 다녔을까?


  생각해보자. 선배 또는 리더와 진행하는 면담/미팅을 들어간 자리에서 녹음기를 켜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라도 상대방이 녹음기를 켜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색해 지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교수님의 판서를 사진으로 찍고, 복습을 목적으로 녹음을 한다 했더라도, 개별 면담이나 미팅 자리에 녹음기를 켜 놓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한국형 밀레니얼 연구를 수행하던 2014년, 100여 건이 넘는 인터뷰를 수행하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학습된 부정 / 반복된 일탈'이 녹음 버튼을 누르게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동물이다. 'OO님, 얘기 좀 할까?'에서부터 그날의 미팅 분위기, 예상 시나리오가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그 직감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면담 전 녹음기를 열지 말지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더욱이 이제 직장인 대부분은 1인 1 녹음기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올해로 10살을 맞이했지만, 지난 10년간 지구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히 바꾸었다. 별도의 녹음기도, 번거로운 메모리카드도 없다. 그저 손가락 몇 번이면 번듯한 애플리케이션이 품질 좋은 녹취 파일을 만들어 준다.


  하루의 대부분을 동료들과 보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우리네 일상 속에 이따금 찾아오는 폭풍 같은 감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복적인 일탈은 분명한 문제다. 인생사가 다 그렇듯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이는 어디선가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리더는 조직 그 자체라고 말했다. 리더가 갖는 기준과 그 기준에 맞춘 솔선수범이 조직 전체의 수준을 결정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매출 때문에, 인정 때문에, 관행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무엇인가 애매하고, 무엇인가 불편한 행동들이 있다면 이를 끄집어 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상황은 리더는 안 불편한데, 리더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불편할 때다.


  몇 년 전 조직심리학 수업 중 미국 어린아이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완벽한 문장을 말하는 시기와 내용에 대한 연구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시기는 기억이 정확히 안나지만, 그 문장만은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It's not fair'였다. 비단 어린아이뿐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차별받거나, 다소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손을 들어 의견을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


  윤리의 기준, 리더의 기준에 대해 공감이 가는 명쾌한 답을 들은 내용을 소개한다. '자신의 딸이 똑같은 상황을 당했을 때에도 괜찮을 만한 행동'을 최소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의 조직, 그리고 리더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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