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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감성아빠 Apr 25. 2017

일상이 더욱 특별해지는 마법

직장인 아빠가 글을 쓰는 이유

‘특별한 일상이란 무엇일까?’

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새로움을 주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있는 생활만이 특별한 것일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와 같은 직장인 아빠에게는 특별한 일상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보다는 이벤트가 있어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과의 생활보다는 키즈카페에 가고, 박물관에 가고, 여행을 가고, 캠핑을 가고. 이렇듯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놀이나 체험을 하는 등의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을 해야만 매일이 특별해진다고 말한다. 특히,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일수록 아이들에게 이런 이벤트나 장난감 등으로 아이에게 더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아빠인 나에 대한 생각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을 먼저 말하기도 한다. 9살 아들, 5살 딸과 함께하는 아빠인 나는 아이와 함께하면서 얻은 것들이 매우 많다. 사랑, 행복, 자존감, 감사, 긍정적 사고, 배려, 지식과 지혜 등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크게 얻은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다. 바로 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 왜 아이와 함께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말이다.

‘나’는 사실 결혼 전에는 ‘남자’였다. 내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갓난아이, 어린이, 청소년에서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결혼하고 남자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 남편에서 아빠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내와 단둘이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아이의 육아에 전념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여자’에서 ‘엄마’가 됐고,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남자에서 아빠로 카멜레온처럼 변화했다. 그런데 아빠가 되었는데도 아빠의 역할을 하려는 생각보다는, 여전히 남자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아이의 기저귀를 갈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일로 지친 나는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컸다. 새벽에 자주 깨는 신생아, 주말 아침이면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지 힘이 들었다. 첫째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는 나를 보니 왠지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서 아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분유 병을 씻고 목욕시켜주고 아이를 돌보는 그 시간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말을 못 하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신생아의 마음을…, 출산 후 아내의 몸과 마음이 경험하는 커다란 부담을…, 아빠가 함께 참여해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인 것을 깨달았다.


이런 육아에 대한 태도를 가지게 되니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신념이 생겼다. 그렇게 아빠가 된 남자는 집안에서부터 아이들과 지내는 모든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자 다짐했다.


한 문장의 글쓰기가 육아의 태도를 바꿔 간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관찰해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의 눈으로 볼 때는 별것이 아닌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길가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발견하고 자리에 앉아 그것으로 땅을 파내고, 지팡이처럼 사용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흉내를 내기도 하고, 나뭇가지는 검으로 변신하여 아이는 전사가 되기도 한다. 또한, 길을 지나는 개미나 곤충을 발견하고는 신나게 환호를 하면서 한참 동안을 관찰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나뭇가지가 뭐라고, 개미와 곤충이 뭐라고…. 그렇게 아이들은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상상을 하면서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육아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빠가 지금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분유 병을 소독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이하는 시간은 어쩌면 아빠의 마음가짐, 즉 육아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졌다. 아빠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고 나와 내 아이만이 함께 공유하는 추억을.

그래서 아이와의 일상을 조금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이후에 일기조차 쓰지 않던 나로서는 한두 문장과 한두 줄을 적는 것도 사실 힘에 겨웠다. 하지만 내가 거창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 간단하게 한두 줄 정도로 기록을 시작했다. 그 짧은 기록은 아이들과 우리 가족에 대해서 꾸준하게 나를 생각하게 했다. 단순하게는 아이와 일어났던 그 상황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떤 것을 잘했고 못 했는지 뒤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두 줄로 시작한 글은 내 아이와 가족과 육아를 마주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하게 했다.      


어쩌면 내게는 특별한 날보다는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하는 어떤 순간이라도 사뭇 특별해지려고 하는 아빠의 각별한 자세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시간을 내다보니 아이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내게 더욱 편안해졌다. 그리고 한 문장의 글쓰기로 망각할 수 있는 긍정의 육아 태도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키워왔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이벤트도 좋지만 ‘내 일상으로 아이를 초대하고 아이의 일상으로 내가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이 아닐까.



초록감성아빠 우성아빠 황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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