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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감성아빠 Aug 25. 2016

엄마의 ‘독박육아’가 진짜 힘든 이유

육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영화 한 편을 보지 못한 우리 부부

    

 “우리 함께 영화 본 적이 언제였지?”

 “아마도, 우성이가 태어나기 전이었지.”

 “맞다! 만삭일때 봤던 《국가대표》 이거 맞지?”

 “우리가 함께 본 마지막 영화였지. 그때 참 많이 울고, 재미있게 봤었는데……”     


언젠가 아내와 나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했다. 우리가 정착한 이곳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서울에도 가까운 친척과 지인이 없다. 단지 내가 일하는 회사 때문에 여기에 정착한 것이다. 아내는 결혼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따라서 타지에 와서 살게 됐다. 그래서 출산일이 다가올 때, 우리 부부는 고향에서 아이를 낳아야 될지 아니면 우리 집에서 아이를 출산을 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아내와 떨어져서 주말부부를 하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서 좋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뿐만 아니라 아이를 빼놓고는 어떤 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 근처에 가까운 친척이라도 있으면 잠깐 아이를 맡겨놓고 영화를 보러 갈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온전히 아내와 나의 몫이었다. 아내의 24시간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육아에 적극적이 된 것은 아내의 배려와 사랑이 컸다

아내는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일명 '독박육아'를 했지만 나를 더 걱정했었다. 회사일이 힘이 들 때 나를 위로해주고 항상 응원해주었다. 회사에서 돌아와 내가 피곤할 때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 아내는 내게 배려를 많이 해줬고 내가 힘들 때 카운슬러가 되어 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세상 어떤 일 보다 힘들다. 내가 육아에 적극적인 것도 아내의 배려와 사랑이 컸다. 나는 회사생활로 사람들을 만나고 회식도 하면서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시간이 아내보다는 많았다. 하지만 아내는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쉽게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우울증과 외로움을 겪었을 것인데 그런 내색도 잘 하지 않았었다.     


'독박육아'의 현실은 더욱 심각했다

일명 ‘독박 육아’라는 말이 최근 유행처럼 번졌다. ‘독박 육아’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썼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된 책이 출간되고 잡지와 뉴스에도 소개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육아의 현실을 반영하는 키워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0명당 5.1명이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남성은 3.9명만이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고 여성이 남성보다 1.2명 더 많았다.

배우자가 있는 1182만 5000가구 중 맞벌이는 518만 6000가구(43.9%)였다. 부부 10쌍 중 4쌍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집안일은 대개 여성의 몫이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13분인데 반해 맞벌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41분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1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사람인 설문조사 결과)했을 때 맞벌이 여성은 하루 14시간 이상을 직장과 가정에서 ‘노동’을 하는 셈이다.

특이한 것은 아내만 취업한 여성 외벌이 가구도 아내는 하루 평균 2시간 39분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데 반해 가정주부인 남편은 1시간 39분만 했다. 아내는 회사에서 일한 뒤 퇴근해서도 직장이 없는 남편보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는 말이다.〈이데일리 15년 12월 7일 자 뉴스 中〉

위의 통계로만 봐도 엄마의 육아와 가사노동 시간이 남자보다 훨씬 더 많다. 심지어 맞벌이 부부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아직 우리 사회는 육아와 가사노동에 있어서 엄마의 역할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시스템 전체를 바꾸려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다. 아빠는 회사일로 힘이 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엄마들은 이런 현실에 놓여있으니 좀 더 아내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육아에 적극적이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나는 주말이면 아이 둘을 데리고 자주 나간다. 아내가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첫째가 태어나서부터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 박물관, 도서관, 공원을 데리고 다녔다. 평일에 빨리 집에 오는 날에는 저녁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가거나, 아파트 단지를 산책을 하곤 했다. 둘째가 태어나서 나는 근처에 있는 동물원 연간회원권을 끊었다. 왜냐하면 갈 곳이 마땅히 없으면 동물원에라도 자주 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자주 그 동물원을 찾곤 한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다니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이유는 아내에게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아빠로서 평일에는 시간이 나지 않고 그나마 주말에 가능하니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한 아내에게 조금이나마 충전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두 번째, 아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내의 고충을 조금이나 알 수 있다. 아빠 혼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아내가 겪는 어려움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 번째, 아빠 혼자서 아이들과 있으면 이것은 온전히 나와 아이들만의 시간과 추억이 된다. 아이들과 아빠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별것 아닐 것 같은데 실제로 아이들은 아빠랑 함께하는 일들을 매우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할 수 있다.


동물원이나 공원에 가서 보면 아빠 혼자서 아이들만 데리고 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모두 엄마, 아빠,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등과 같이 오는 경우였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번 다녀봤을 때 마주치지 못했다. 언젠가 아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지인 엄마한테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갔어.”라고 말했더니 지인 엄마는 “남편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애를 둘이나 데리고 종일 놀고 올 수 있어? 그것도 돌쟁이 아이까지 데리고 말이야!”라고 말했다고 했다. 보통 공원에 초등학생 이상 아이들과 같이 아빠가 다니는 경우는 봤지만,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고 하니 신기하게 봤던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자랑하고 싶지도 않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렇게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독박 육아’가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엄마의 ‘독박 육아’가 힘든 것은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무엇 보다도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나는 최대한 아내의 말을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 역시 쉽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항상 노력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대화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어서 나 역시 쉽지만은 않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봤다.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만약 아내처럼 아이와 매일 하루 종일 있어야 된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말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아이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그런데 돌이 되기 전에 아이는 말을 잘 알아듣지도 하지도 못한다. 나는 답답할 것이고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를 갈망하게 되고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싶어 질 것이다. 그저 아빠가 엄마가 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뿐인데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만큼 육아는 행복한 것이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다.


아내의 ‘독박 육아’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남편들이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마찬가지로 아내들도 남편이 회사에서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남편도 때론 아내의 칭찬이 정말 필요하다.


엄마 아빠는 이미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독박 육아’를 ‘행복 육아’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연애할 때 느낌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오늘부터 부부의 대화는 더욱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엄마 아빠는 이미 대한민국 국가대표이지 않은가.



-초록감성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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