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못난 팀장 교체, 언제나 정답일까?

팀장 연차별 몰입도 분석으로 본 진실

by 조직실험실


팀장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지면, 조직 전체가 흔들립니다.

구성원의 몰입은 추락하고,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신호가 동시에 켜집니다.


그 순간 HR과 경영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이죠.

“교체.”


요즘 대기업의 리더십 교체 트렌드


최근 몇 년간, 대기업에서도 팀장 순환이 활발해졌습니다.

젊은 감각을 확보하기 위해 30대 초·중반 팀장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사례

50세 이상 팀장을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보임 해제하는 정책

리더십 순환을 공식화해, 3~4년 주기로 팀장 필수 이동을 시행하는 조직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2023)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팀장 평균 보임 기간은 3.8년으로, 5년 이상 장기 보임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세대 교체’ 흐름입니다.


팀장의 사례는 아니지만 글로벌 CEO 교체율 역시 2000년대 초반 10%대에서 최근 17~18%로 상승했다는 PwC 보고서가 있습니다. 조직 전반에서 리더십 변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재직 중인 대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1년 동안 전사 팀의 25%가 팀장 교체라는 대규모 변화를 겪었습니다. 1년 동안 팀장의 4분의 1이 바뀌었다는 건 조직 입장에서 상당 변동성입니다. 팀원보다 연차·연령이 낮은 팀장, 보직 해제된 전임 팀장과 젊은 팀장이 한 팀에서 일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리더 교체의 명분은 ‘조직 활력’이었지만, 과연 이 결정이 항상 최선이었을까요?

최악을 피하려다 차악을 맞는 경험, 직장 생활에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겁니다.


데이터로 본 ‘팀장 교체 후 몰입 추이’


저희 회사 몰입도 데이터를 팀장 연차별로 분석해봤습니다.


팀장 연차별 분석

팀장 보임 연차별 팀 몰입도 추이

보임 2~3년차 팀장이 이끄는 팀의 몰입이 가장 낮고, 4년차 이후가 되어서야 절반 가까이의 구성원이 ‘몰입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비단 팀장 교체가 잦았던 특정 연도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 관찰되는 추이입니다. 즉, 팀 운영에는 단순한 업무 능력 외에 관계 구축과 조직 관리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겠지요.


조직심리학자 Gabarro(1987)는 ‘리더십 전환 이론’에서, 새 리더가 조직에 적응하고 성과를 안정적으로 내기까지 최소 18~24개월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업무·문화·관계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신임 팀장 보임 직후 해당 팀들의 구성원 몰입이 팀장 보임 2년 차에 급격히 하락한다는 사실입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허니문-행오버 효과라고 부릅니다. 신임 리더 보임 직후 잠시 기대감이 올랐다가, 1~2년 차에 급격히 하락하는 패턴입니다. 제가 재직중인 대기업의 데이터에서도 정확히 같은 곡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은 채 1년이 걸리지 않는 것이지요.

팀장 부서 체류 기간별 분석



팀장의 보임기간과 무관하게 현 부서의 체류 기간을 기준으로 살펴본 산하 조직의 몰입도 추이입니다. 신임·베테랑 팀장을 가리지 않고, 팀장의 부서 이동 직후 팀 몰입도가 가장 낮게 나타납니다. 심지어 동일 팀에서 팀원으로 오래 근무하다가 팀장으로 보임된 경우에도 일시적 몰입 하락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팀장도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야 하고, 구성원도 ‘관계 재정립’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팀장 부서 체류 기간 별 팀 몰입도 추이


이는 리더-구성원 교환 이론(LMX Theory)(Graen & Uhl-Bien, 1995)에서도 설명됩니다.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 질이 몰입도를 좌우하는데, 새 리더십은 그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데이터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됩니다. 한 부서에 7년 이상 머문 팀장의 팀 몰입도가, 교체 직후와 유사한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팀의 경우 심리적 안전감과 새로운 시도의 빈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구성원 만족도 역시 최저였습니다. 안정이 곧 침체가 되는, 전형적인 ‘고인물 조직’ 현상입니다.




리더십 교체가 최선이고 만능일까?


대기업 현장에서 실제 관찰된 데이터가 말해주듯, 리더십 교체는 만능이 아닙니다. 특히 조직 몰입 회복이 목표라면, 교체 직후의 허니문·적응 기간이라는 리스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교체가 필요한 순간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교체 후 몰입이 회복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베테랑 팀장조차 부서 이동 직후에는 리더십과 조직운영 기술이 흔들린다는 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쉽게 간과되곤 합니다.

때로는 ‘새 피’보다, 기존 리더의 역량 강화와 팀 신진대사 관리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리더십 전환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리더를 바꾸면 팀이 살아난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리더십이 바닥일 때 조직개발을 쓸모있을까? 대기업 현장에서 실패한 워크숍이 남긴 것들을 회고하며, 데이터로 증명된 조직개발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즘 MZ는 이런 리더에게 열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