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여름_커피, 스테이크, 백김치
커피가 필요했다. 도착해서 마신 더블더블이 아닌 신선한 원두로 추출한 연한 아메리카노. 일하면서 믹스커피를 마시던 습관이 아메리카노로 바뀌면서 하루 최소 두 잔은 아메리카노를 쏟아부었던 나였기에 아메리카노가 절실히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이 마을에는 카페가 없었다. 마을 앞 대로변 건너편에 있는 버거킹, 그 대로변을 따라 기찻길을 건너야 보이는 서브웨이. 이 때는 버거킹의 위치를 모르던 상태였고 버거킹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가까운 듯 먼 버거킹을 바라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 없이 갈 수야 있겠지만 생생 달리는 덤프트럭에 겁이 났다. 횡단보도도 없는 저 위험한 길을 건널 수는 없었다. 그저 동생이 산책을 나갔다 마켓에서 사 온 팀홀튼 원두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동생은 커피 내리는 기계를 꺼내주었다.
동생은 원두를 건네주며 팀홀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라고 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온타리오 헤밀턴에 창업한 카페. 이 카페에 얽힌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프랜차이즈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야기였다. 커피를 사 마시던 한 대학생이 지역을 이동하게 되었고 팀홀튼에 전화를 건다. 체인점을 내달라고. 그렇게 팀홀튼 매장은 하나둘 늘어나게 되고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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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며 커피가 내려지길 기다렸다. .동생은 헤이즐럿과 오리지널 원두를 섞으면 더 맛이 좋다고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야기 덕분인지 커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만족스러운 커피에 보답하기 위해 일요일 에드먼턴에서 장 봐온 재료들로 밑반찬을 만들었다. 멸치 볶음, 백김치. 오전에는 간단하게 김밥을 쌌었다. 모든 것이 다 성공적이었다. 백김치를 제외하고.
멸치 볶음, 백김치 모두 처음 해보는 메뉴인데 왜 멸치볶음은 엄마의 맛이 나고, 백김치는 어째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인지 연구가 필요한 상태였다.
배추가 죽지를 않았다. 계량하지 않고 감으로 했기 때문일까.
저녁, 제부가 상기된 표정으로 퇴근했다. 양손에는 스테이크를 위한 두툼한 고기 세팩과 아스파라거스, 양송이버섯이 들려있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처형이 이곳에서 고기를 원 없이 드시길 바란다고 했다. 미소가 번졌다. 저녁을 제부 손에 맡기고 땅콩이를 보았다.
스테이크, 맛있는 냄새와 뿌연 연기가 온 집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경보가 울렸고 자연스레 경보를 끄고 다시 저녁을 준비하는 제부였다. 어느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못 지 않는 상차림이었다. 다 먹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중 거실에서 땅콩이를 재우던 아이들이 조용해 거실로 나갔다. 세 사람이 거실에 누워 뻗어있었다. 대견하다는 말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동생과 제부가 대단하다 생각하며 조용히 웃었다. 카메라를 들어 사진에 담았다.
생각해 보니 사치 아닌 사치를 누리는 오늘이었다.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고 차분히 반찬을 만들며 동생과 맛에 대해 논했다. 아웃백 스테이크 저리 가라인 엄청난 크기와 두께의 스테이크를 먹었고 평온이 내려앉은 고요한 집에서 자라나는 사랑을 지켜보는 사치.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캐나다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