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여름_GOD BLESS YOU
7월 23일 일요일, 캐나다에서 처음 맞는 일요일이었다.
일요일. 엄마는 캐나다에 가면 동생이 다니는 교회에 가라고 당부하셨다. 사실, 머무는 동안 교회는 가지 않았다. 꽤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어제 해 질 녘 걸어 보았던 거리와 반대로 걸어보았다. 용기를 내 산책을 나선 참이었다. 분명 해외에 나가면 조깅을 하겠다며 떠들던 나였지만, 뛰지는 않았고 걸었다. 두리번거리며 파머씨를 보았고 제부와 동생이 일하는 곳을 보았다. 걷고 걸으며 이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근처를 지나던 중 낡은 차 한 대가 멈췄다. 건너편 도로였다.
"EXCUSE ME? DID YOU SEE BLACK DOG?"
"NO, I DID'NT"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이 물었고, 대답했다. 그렇게 그녀는 차를 세우고 학교 뒤편으로 들어가며 어떤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렇게 계속 걷다 코너를 끼고돌았다. 한 블록을 걷고 다시 건널목을 만났다. 사실 그녀의 질문을 받은 이후로 짧은 거리지만 그 한 블록의 집들을 걸으면서 주변을 무수히 두리번거린 나였고 건널목에서 고개를 왼편으로 돌렸을 때 검은 털의 강아지를 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왼편으로 즐비한 집들 사이 한 할아버지가 그 강아지를 보고 있었고 그 검은 털의 강아지는 일명 '똥꼬 발랄'하게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달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혹시 그녀의 차가 지나갈까 봐.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차가 오른편 코너를 돌고 있었다. 나는 검은 개가 여깄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저 발랄한 강아지가 이탈할까 연신 두리번거리며 주춤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집들 창문으로 얼굴이 빼꼼 나타날까 소심하게 외친 듯싶다. 그러니 들을 길 없던 차는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블랙독을 유인해서 함께 이 거리 여기저기를 걷는 다면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휘파람을 불고 손뼉을 쳤다.
이상하게도 그 검은 강아지는 이 집 저 집 앞마당을 휘젓다가 내 소리에 당황하지도 않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곧장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내 다리를 긁으며 숨을 고르기도 했다. 순간 우리의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오해를 할 까봐 강아지를 데리고 길을 건넜다. 그대로 난감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날 개도둑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저 할아버지는 내가 주인으로 아는 거 아냐? 만약 그 할머니를 찾지 못하면? 이대로 집으로 들어갔을 때 땅콩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 어떡하지?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 버린 아기 강아지 형제들을 엄마의 지인이 발견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아이를 우리에게 맡겼다. 장염에 걸렸었고 그 강아지가 살지 못할 것이라 병원에서 말했었다. 그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던 나였다.
오군이.
우리 사 남매의 막내이면서 성별은 남자라는 뜻이었다. 오군이는 꽤 건강히 자랐다. 병원에 가면 잘생겼다 사랑받던 강아지. 3층에 살던 시절, 내 발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내가 문을 열면 중문을 박박 긁으며 소변을 지리던, 중문을 열면 내 스타킹을 발톱으로 긁던.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털이 엉킨 검은 강아지를 보면서. 오군이 이야기의 끝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단지, 어느 날 하교 후 집에서 보이지 않았고 그 뒤로 볼 수없었을 뿐. 그렇기에 검은 개를 잃어버릴 수 없었다. 봐버린 이상, 어떻게든 찾아 주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집에 들러 아이들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할 수도 없던 것은 주인의 이름을 몰라서. 아까 이름이라도 물어봤다면... 하면서 거리를 배회했다.
이 녀석은 이곳저곳을 누비는데 희한하게도 내 소리에 반응하고 내게로 돌아왔다. 그렇게 꽤 여러 블록을 돌아다니 던 중 검은 강아지는 길을 건넜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던 난 도로를 건너려다 한 차가 멈춰서는 것을 보았다. 머리로는 오해를, 착각을 하면 어떡하지 와 저 강아지를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싸우고 있었다.
그 순간 검은 SUV에서 한 여성이 내리며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그 강아지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차 안 뒷 자석에는 아이가 앉아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난 외쳤다.
어떤 여자가 검은 개를 찾았어, 난 발견하고 따라다니고 있어. 그녀를 만날 때까지
알아, 이개는 내 개가 아니라 샐리의 개야. 함께 찾고 있었어
오해받으면 안 되니 상황 설명은 필수였고, 이야길 들은 또 다른 여자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검은 강아지는 그렇게 주인의 친구 품에 안겨 차에 올라탔다. 다행히 우리 집 뒷마당 근처였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다. 검은 개 주인 친구가 데려다준다며 옆으로 천천히 운전했다. 나는 저기가 우리 집이라며 가깝다 말했다. 그녀는 "GOD BLESS YOU"라는 말과 함께 속도를 높여 사라졌다.
일요일에 듣기에 이만큼 아름다운 축복이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옷은 바로 갈아입었다. 제부는 장을 보러 에드먼턴으로 떠났다. 그날 저녁 잔멸치와 알배추, 냉동식품, 쌀 등 많은 식재료를 사 왔다. 내일부터는 차근차근 건강한 반찬을 만들겠다 다짐하면서 검은 개가 자신의 주인을 찾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