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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석 Apr 18. 2016

‘음...뭐...여긴, 독일이잖아’



나는 지난 석달간 베를린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한 번은 반드시 프랑크푸르트에 가봐야겠다고 생각 했었다. 그건 소시지의 나라에서 독일에 와서, ‘프랑크프루터(프랑크 소시지)’라는 그 이름에 당당하게도 자신의 도시명을 걸고 있는 공간이 과연 어떠한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독일은 자동차와 맥주와 축구의 나라다. 여기에 하나를 슬쩍 얹자면, 그건 바로 ‘돼지고기’의 나라다. 


나는 소설 쓰기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식도락가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려 은밀히 노력해왔다. 고로, 또 당연한 말이지만, 프랑크 소시지의 도시인 프랑크푸르트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는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친구 녀석이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 마자 “자! 소시지 먹어야지”하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소시지를 잽싸게 사서 건넸다. 우리는 입안에 소시지를 우물거리며 프랑크 푸르트의 시내를 관통하는 마인 강변(라인 강의 지류)을 걸었다. 그리고 말없이, ‘자. 그럼 본격적으로 해볼까’라는 분위기로 식당을 향했다. 


녀석이 데리고 간 곳은, 가히 돼지고기의 나라에 걸맞게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 학세’를 파는 식당이었다. 방문 작가라고는 하지만 당시 나도 독일에 온지 2주 밖에 되지 않았고, 주재원이라곤 하지만 녀석도 온지 3주 밖에 되지 않아서 우리는 더듬더듬 주문을 했다. 내가 뭘 시켰냐고 물으니,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슈바인 학세(물론이다!)’와 ‘슈니첼’을 주문했다고 했다. 

‘아니, 그럼 슈니첼은 뭐냐?’니, 녀석은 간단하게 ‘독일식 돈가스’라고 칭했다. 


물론, 우리가 모든 현상과 사물과 음식을 설명할 때 ‘OO식’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어떠한 것의 특징에 기대지만, 그것과는 분명한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식 족발과 독일식 돈가스는 그런 측면에서 같지만, 달랐다. 일단, 반드시 맥주와 함께 먹는다. 우리라면 소주랑 먹을 수도 있고, 콜라와 먹을 수도 있고, 물과 함께 먹을 수도 있지만, 이 곳은 독일이다. 그런 순진하고 다양한 음료에 대한 갈증은 독일 공항에 내리는 순간 폐기해야한다. 물론, 메뉴에는 다양한 음료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격을 보는 순간 이해할 것이다. 맥주를 마시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흔히 농담처럼 하는 말, “아! 독일은 물보다 맥주가 싸다며?!”라는 말을 이곳에 오기 전에는 절대로 믿지 않았지만, 메뉴판을 보는 순간 ‘아니. 그 허풍이 진짜였다니!’하며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물이 비싼 것이다. 어디에나 함정은 있다). 


가문 대대로 술이 약해 이미 대학 시절 맥주 두 잔을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는 신참 독일 주재원 친구는 ‘음...뭐, 여긴, 독일이라서...’라는 식으로 맥주를 벌컥 벌컥 마셨다(참고로, 분데리스가 축구 시합을 보러 갔을 땐, 열 살을 겨우 넘은 듯한 꼬마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옆에서 아버지가 ‘보호자’로서 적정량을 규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확실히 맥주의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 


여하튼, 녀석과 나는 와인잔에 담긴 ‘벨틴스(Veltins)’ 맥주와 접시에 고이 담긴 학세와, 슈니첼을 우물우물 거리며 먹었다. 두 음식에는 모두 잘게 썰어 잘 구워진 감자가 나오고, 학세에는 김치같은 독일식 배추 절임이, 슈니첼에는 키위를 갈았는지 초원과 같은 색상의 소스가 나왔다. 녀석과 나는 ‘여긴 독일이잖아’라는 식으로 역시 말없이 우물거렸고, 간혹 감탄사를 내뱉고, 다시 말없이 꿀떡꿀떡 마셨다. 그 후에는 나도 학세의 맛에 반해, 베를린에서도, 포츠담에서도, 아니 독일 전역을 여행 다니며 자주, 종류별로 시켜 먹었다. 구운 학세는 껍질이 백미고, 삶은 학세는 야들하고 부드러운 속살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백미다. 글을 쓰며 다시 입에 침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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