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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Dec 10. 2024

엄마는 늘 여기에 있어.

감사편지 마흔여섯 번째. 백점 엄마라 말해줘서 고마워.


'막***'

의 첫 인생코트입니다.

그것도 백화점 매장에서 일시불로 결제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남편이 계속


"코트 하나에..."

 "비싸다."


진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본 비슷한 코트 금액은 거의 반값이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소매 수선을 맡겼으니 이거 환불도 안되고 직구하면 반값인데 아깝기는 하네"


남편과 소곤대었지만


"엄마. '인생코트'라면서. 그리고 이런 건 백화점에서 사야지.

엄마 충분히 받을 자격 있어. 엄마가 나를 믿고 기다려줘서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그냥 잘 입으시면 돼.'



작년 겨울이 오기 전 '툭' 하고 던졌습니다.


"제대로 된 코트하나가 필요한데. 코트 하면 [막***]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얼마 후 날씨 좋은 토요일 대구로 향했습니다.

평소 백화점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우울해 보이는 엄마 기분 챙기려 애쓰는 맘이 느껴져 나들이 겸 나섰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코트매장에 가 보자고 합니다.


"그래. 구경만 해 보자"


그런데 맘에 들어 입어 본 코트를 덜컥 결제를 해 버린 겁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문 앞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있는 카멜코트 위에 스카프가 멋스럽게 둘려져 있습니다.





나의 희망 둘째에게


희망아.

며칠 전 김장 담근 날. 엄청 짠 김치 때문에 서로의 탓으로 핑계 대는 심기 불편한 엄마 아빠의 중간에서 네가 지혜롭게 중간역할을 해주었어. 솔직하게 많이 짜게 되었지만 수육에 싸 먹는 설탕 듬뿍 넣은 김치는 맛이 있었지. 이웃집 아저씨들과 너의 친구까지 늦은 시간까지 김치 파티가 이어졌잖아.


희망아.

엄마는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거 같아.

한 가지 한 가지씩 금쪽이의 사연들을 듣다 보면 부족한 부모(어른)들의 모습이 있어.


엄마 때문에 지금의 희망이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지만, 사실 엄마는 널 믿지 못할 때도 있었고. 너의 버거움을 애써 외면한 적도 많았어.

어른이어서 무어든 옳다고 생떼 쓰는 내 모습도 있었고. 나의 체면 때문에 네가 부끄러울 때도 있었어. 하지만 이건 확실하지.


네가 엄마를 성장시키는 '희망'이었다는 거


희망아!

네가 불러주었던 '엄마'라는 노래. 가끔씩 들어보곤 해.

엄마
아직도 기억해요 어릴 적 당신의 품을

엄마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난 언제나 당신의 무릎이 필요한 작은 아이 일 뿐이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길 헤매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 내 그림자를 안고서

엄마
이제 알 것 같아요 얼마나 힘들었나요

엄마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었을 텐데
난 한 번도 엄마의 눈물을 본 적 없죠 미안해요 고마워요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비가 오면 우산 들고 내가 서 있을게요
당신이 내게 했던 것처럼 내가 안아 줄게요
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
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들도
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 일 뿐인걸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비가 오면 우산 들고 내가 서 있을게요
당신이 내게 했던 것처럼 내가 안아 줄게요

 http://www.smule.com/p/583161325_309388560


서른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던 너의 약속대로, 이제 엄마의 우산이 되어 주고 있는 너를 보면 나의 '희망'이라 부르짖은 그 많은 시간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나 봐.


희망아!

둘째여서 서러웠다고 했지? 둘째여서 억울했던 시절이 있다고 했지? 그래서 이번엔 형보다 먼저 너에게 감사편지를 적는단다. 형도 충분히 이해할 거야.


30점 엄마여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네가 엄마에게 해 주었던


나에게 엄마는 백점엄마인데


그 말이 엄마에겐 최고의 위로였고 행복이었어.


희망아 이건 잊지 말아 줘.

네가 엄마의 우산이 아니어도, 네가 엄마를 위해 무얼 하지 않아도 넌 나의 '희망'이란걸.

엄마는 늘 이 자리에서 널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는 걸.  


둘째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2024년 12월 10일 널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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