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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Oct 29. 2024

휴게소에 버린다고? 이러지 마요!

감사편지 마흔 번째. 몰라서 그런 거죠?

"얘들아!

휴게소에 있는 쓰레기통에, 여행 중 사용한 쓰레기를 버리면 되나요?"


'네~~'


우렁차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잠시 입을 헤 리고 손가락 몇 개로 입을 가립니다. 눈은 아마 동그랬을 거 같습니다.

저의 난해한 표정에 아이들의 표정도 '뭐가 잘못되었나? 하는 듯합니다.



서울에서 행사가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MBTI 성격유형. 정의로운 사회 사업가 enfj ]인 제가 폭발을 해 버렸습니다.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차라리 제가 집에 가져가겠습니다


잠자다 일어난 누군가는


"왜 그러셔요?"


누군가는 '웬 돌아이?' 다양한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들어오는 바람에 못 이겨 터져 버린 풍선 같은 저의 감정상태입니다.


마지막에 들린 휴게소에 내리기 전 운전기사분이 마이크를 들고 친절한 목소리로 공지를 했습니다.


차에 있는 쓰레기. 휴게소에 다 버리고 오세요!



45인승 관광버스엔 먹을거리가 쉼 없이 제공되었습니다. 김밥, 찰밥, 과일, 떡, 물, 뭐 등등 차속에서만 10시간 가까이 있었으니 수시로 버렸다 치더라도 많은 양의 쓰레기입니다.

늦은 밤 휴게소에는 엄청난 관광버스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운전기사분이 얼른 운전석에 앉았지만, 화장실이 급한 분들은 제 말이 들리기 전 까만 쓰레기 봉지들을 들고 급한 발걸음을 옮겼겠지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옵니다.


. 그래도 우리의 신분은...

. 그래도 우리가 다녀오는 길은...

. 개인적 쓰레기봉투 챙겨 오라고 그리 강조하던 운영진의 목소리는?


그 날밤은 하얗게 창문이 밝아 올 때까지 밀려오는 다양한 감정들 도저히 잠들지 못했습니다.


'잘한 거야. 내가 미쳤지. 뒷감당은?. 나 분노조절 장애인가?.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었어. 왜 네가 해?'



몸살 날까 미리 챙겨 먹은 과용량 비타민 탓인지, 홍삼 탓인지, 그래도 수업이 진행될 정도의 피곤함을 가지고 예정된 00 초등학교 5학년 2반 [학교폭력 예방 집단상담]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하필 수업내용이 자기표현법입니다.

표정관리 된 '자기주장법'을 사용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아이들의


"안 돼요"


라는 답을 들으며 위로받고자 했던 저의 마음은 허공에서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우리 친구들 절대 그러면 안 돼요!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가져가야 해요!! 혹 부모님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ㅇㅇ님!


어찌할 바를 모를 저의 감정을 남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 집 현관문을 열기 전 생각나는 분이시라는 건 확실해요.


이 글을 적으면서 오래전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요.


'꿈을 찾는 여행'을 떠날 때였어요.

비행기가 착륙 전 인솔 중이던 리더님께서 그러셨지요.


"얘들아! 담요 챙겨. 이 담요 품질 좋아서 여행 다닐 때 딱이야?"


저의 눈이 또 휘둥그레졌겠지만 그때는 아무 말을 못 했어요.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제가 일기처럼 글을 남긴 걸 보면 제 맘이 많이 불편했나 봅니다.


아마 그것이 불법이란 걸, 절도가 된다는 걸 모르셨을 거예요. 그러니 자신감 넘치게 말씀하셨겠지요.

당시엔 담요 품질도 최고였다고 하죠.


그러나 저의 마음엔 목사님의 말씀이기에 우리 청소년들은 다음에도 담요는 챙겨야 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맘을 기록해 놓았더군요.


ㅇㅇ님.


저의 기준이 정답이 아닌 걸 압니다.

그래도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29일 김 00 권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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