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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다의별
Nov 19. 2024
내가 착한 거야?
감사편지 마흔세 번째. 5학년 3반 친구들 간식사서 갈게.
ㅇㅇ초등학교 5학년 3반.
수요일 오전.
조용합니다.
4주간 하루 2교시씩 이어진 '학교폭력예방 집단상담'이 마무리되기 전 소감문을 작성하는 시간입니다.
1교시
수업을 마치는 벨이 울렸지만 몇몇 아이들의 손놀림은 진지하게 이어집니다.
먼저
작성을 마무리한 친구들의 소감문을 쉬는 시간을 이용해 순식간에 읽어 갑니다.
학교폭력의 종류와 다양한 감정들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는 친구.
학교폭력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의 글을 적은 친구.
그림으로 수업내용을 표현한 친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감들을 적어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겨준 소감은
선생님 착해서...입니다.
[구미시 청소년 상담센터] 자원봉사자로 섬긴 지 2년.
봄, 가을 4학기 동안 10개가 훌쩍 넘는 학급에서 소감문을 받았는데, 많은 친구들이
'선생님 착해서 감사해요. 좋아요.'
등등 표현들을 해 주었습니다.
다른 반
수업에서는 웃으며 매번 그랬습니다.
"선생님
착하다
고 적어 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하지만 선생님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솔직하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착한 척'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기에,
무조건 대놓고 '고마워' 하기엔 쑥스러웠습니다.
이번에는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
선생님이 착한가요?"
"네"
몇몇의 친구들은 진심이란 표정으로 내 두 눈을 바라보며 고개까지 끄덕여줍니다.
"아! 그래요? 왜 선생님이 착하다고 느낀 거죠?"
"선생님의 말투가 친절해요"
"선생님이 우리를 배려하고 존중해 줘서 착해요"
이번엔 아이들이 앞다투어 왜 착하다고 느끼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습니다.
"
선생님은 단기간의 짧은 수업을 오니 여러분을 무조건 배려할 수 있지만 담임선생님은 여러분과 오랜 시간을 함께 수업하기 때문에 비교하면 안 됩니다. 담임선생님과 남은 시간 수업 재미있게 하세요"
마지막 당부와 함께 반장의
"공수! 선생님께 인사"
구령에 맞추어 마침인사로 4주간의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신발을 갈아 신고 있노라니 영어수업을 가는 5학년 3반 친구들이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며 지나갑니다.
오랜 시간 만났다 헤어지는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아이들이 슬그머니 손에 쥐어준 사탕을 만지작거려 봅니다.
5학년 3반 친구들에게!
너희들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
현관입구에 놓인 국화가 예쁘서 물어보았잖아.
"가을에 피는 대표 꽂이 무언지 아는 친구?"
"..."
"..."
"
핑크뮬리?"
내가 웃었어.
"요즘 너네는 코스모스나 국화꽃보다는 핑크
뮬
리가 더 익숙한 꽃이구나. 입구에 국화꽃이 있던데 집에 갈 때 꼭 봐주세요.""
다음 주엔 단풍을 보았냐고 물어보았어. 오는 길에 단풍이 너무나 예쁘다고.
얘들아!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란 말에
"또 수업하러 오실 거예요? 또 오세요"
"내년에 동생들 수업하러 올 거 같은데 "
"우리 보러 꼭 오세요"
다음날 학예회발표가 있다고 진심으로 초대를 해 줄 때
'진짜
와야
하나?'
잠시 갈등했단다.
얘들아!
선생님은 사실 고민 중이었어.
선생님이 하는 수업이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아님 습관처럼 지식만을 전달하고 있는지,
너희들이 진지하게 전해준
'착하다'
는 뜻의 의미들은 진심으로 참된 교육자로 남고 싶었던 바람들이 이루어져 가는 거 같아 너무나 행복했단다.
그래. 지난날엔 착한 척하면서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진짜 삶이 되었나 봐.
얘들아!
진심으로 고마워.
'착하다'라고
이야기해 주어서.
너희들이 '
착하다'
는 건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뜻
이란 것도 알게 해 주어서.
너희들의 표정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를 말해준 거라는 걸 나는 느꼈거든.
얘들아!
학예회는 못 갔지만 약속했던 간식은 꼭 사서 갈게.
내년에 만날 5학년 친구들 미리 약속해.
너희들이
'착하다'라고
소감 남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 볼 거야.
2024년 11월 19일 구미청소년상담센터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 사진: 4주 동안 거의 말이 없던 여자친구가 내가 교실을 나서기 전 교재에 그려서 보여주었다. 폰을 꺼내 사진을 찍자 활짝 웃던 이 친구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부드러운 아이들의 맘이 담긴 초콜릿
아이들의 달콤함이 담긴 사탕 몇 개
남자친구가 그렸다며 가지고 온 나의 초상화. 닮았는지는?
5학년 2반 친구들. 사진찍는다는 말에 급포즈 취해 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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