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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Oct 12. 2024

[13] 중도에 대한 끄적거림

아침마다 오르는 출근 버스는 항상 2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아주 정확하진 않아 때론 20분을 살짝 넘길 때도 있고 때론 20분도 안 되어 도착할 때가 있죠. 그래서인지 항상 오늘은 제발 20분 넘어서 도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기도로 시작하는 약 20여분의 시간 동안 주로 음악을 들으며 자는 편입니다. 아침잠이 늘 부족한 저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죠. 하지만 지난 목요일, 이어폰의 충전을 깜빡하면서 음악 없이 출근 버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항상 듣던 것이 없어져 잠도 오질 않아 그저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요. 그때 핸드폰이 울리면서 카톡 알림이 화면에 떠올랐습니다. 메시지는 지난달 제 부서에서 인턴을 했던 분의 것이었습니다. 지금 면접 준비를 하는데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죠. 


이른 아침부터 취업준비를 하는 부지런함에 잠시 놀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분의 질문들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리곤 각종 면접 질문들에 제가 했던 답변을 알려주고 이런저런 팁을 드렸죠. 


질문에 답을 하면서 제가 취업 준비를 하던 순간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안에 시달리면서 매번 결과창을 확인하고 메일을 체크하던 그 1년은 저에게 많은 의미로 깊은 인상을 남긴 1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끝내고 잠시 사원증을 바라봤을 때, 그토록 마음 고생하면서 보냈던 1년이 결국 지금의 순간을 위해서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불안을 떨치진 못했지만 적어도 작년보다는 안정감을 찾은 현재가 그 지난한 시간들의 목적지였음을 새삼 다시 알게 된 것이죠.


저는 그 시간들이 더 위로 비상(飛上) 하기 위한 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딘가에 안착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온갖 난기류도 만나고 흔들렸던 진짜 비상의 순간은 과거의 1년이었죠.


어떤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고 목표를 이룬 뒤의 나는 충족되고 성장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나 불안하고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딘가를 향하는 길에서 중도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지난 시간보다 분명히 더 높게 날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한창 난기류에 흔들리느라 보지 못할 뿐이죠.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출근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앞으로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해할 것이지만 분명히 비상의 순간도 함께할 장소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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