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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Oct 07. 2024

[12] 추억에 대한 끄적거림

한 달 전 본가에 갔을 때, 부모님께서 이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약 17년을 거주한 광명에서 김포로 가신다는 말씀이었죠.


사실 처음 들었을 땐, 큰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본가에서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고

광명에 큰 미련 없이 잘 지내고 있었죠.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이사를 위해 제 책들과 옷을 정리해야 한다고 하셨기에

다시 광명을 찾아갔습니다.


보통 광명에 갈 땐 KTX를 타고 가지만

이번엔 표를 구하지 못하여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1호선을 타고 쭉 올라가 독산역에서 내려 다리를 따라 걸어가게 되었는데요.

평상시 본가에 올 땐 잘 가지 않았던 안양천 그리고 주택 단지 뒤쪽을 경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걸으며

중학생 시절 친구 집에 가던 골목을 걷고

대학교를 등하교하던 길을 걷고

동창들과 항상 만나던 놀이터를 걷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에 들어서 부모님을 뵈었을 때

비로소 참 슬퍼지더군요.


항상 본가에 갈 때면 어릴 적 시절을 함께한 장소를 지나게 되고

동시에 그 시절에 느꼈던

즐거움이나 슬픔 등을 다시 느끼곤 했는데


앞으론 그렇게 다시 마음속에서 살아나던 감정들을 

느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광명이라는 지역은 제가 살기만 하던 곳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감정들과 생각들이 함께 서려있는 곳이었던 것이죠.


단지 머릿속에 남은 기억만이 전부가 아니라

제가 있었던 공간들에도 제 기억이 일부 묻어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광명이 내가 돌아갈 공간이 아니게 된 그 순간

비로소 광명에서의 17년이


추억으로 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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