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첫 마라톤

by second half



나의 첫 마라톤은 2023년 2월 26일 열렸던 경기 국제하프마라톤이다.


처음으로 1km를 뛰어본 것이 두 달 전. 5km를 처음으로 뛰어보고 한껏 기분이 좋았을 때였다. 나를 산으로 데리고 가 주는 M이 한 번 같이 가보자고 해서 무작정 신청했다. 분명 신청할 때는 그 전에 시간내서 같이 10km를 뛰어보자고 했는데 결국 우린 5km까지만 뛰어본 상태대로 대회장에 갔다.


2월의 쌀쌀한 날씨. 무엇을 입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러닝화 브룩스에 등산갈 때 입는 레깅스, 후디에 고어텍스 바람막이를 걸치고 갔다. 다행히 대회장소 옆 주차장 사정이 괜찮아서 무사히 주차도 완료했다.


출발지점인 수원종합운동장은 겨울인데도 싱글렛에 우비를 입은, 육상선수 느낌이 물씬 나는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햇빛이 쨍한 날씨, 출발장소의 트랙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우린 사진을 찍고 즐겁게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어차피 기록과 거리가 먼 행복한 러너. 5km까지는 뛰고, 힘들면 나머지는 걷자고 다짐하고 정말 가볍게 출발했다. 막연하게 왠지 5km까지는 힘든 느낌 없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서 무조건 숨차지 않게, 힘을 아끼면서 천천히 갔다.


어, 그런데 페이스 700보다 느리게 아주 천천히 가니 5km 지점을 넘었는데도 괜찮았다. 중간에 급수할 때 잠깐 멈춰서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천천히 뛰어도 8km쯤 되자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픈 것 같고 골반도 아픈 것 같았다. 힘들었다. 마지막 2km 정도는 그만 뛸까, 계속 뛸까 쉴새없이 갈등했던 기억 뿐.


그러다 9km 지점 표시가 보였고, 얼른 가서 쉬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힘을 내서 결승선까지 갔다. 내가 10km를 뛰다니! 정말 기분은 좋았으나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뛰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완주 직후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생수를 들이키고 바닥에 앉아 간식으로 배부된 빵과 우유를 먹었다. 정말 오랫만에 이런 빵을 먹어보는데 어쩜 이렇게 맛있냐고 즐거워하면서. 얼른 빠져나와 추어탕 한그릇씩 먹고 찜질방으로 갔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다시는 뛰지 말아야겠다고 했던 8km 지점의 기억이, 배부르고 따뜻한 찜질방에 누우니 츰 아름답고 즐거운 해프닝으로 미화되어 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잘뛰는 러너들도 이 망각과 기억의 미화 때문에 어느덧 다음 마라톤을 신청한다고 한다.


어쨌든 찜질방에서 나와 헤어지면서, M이 말했다. 우리 좀 연습해서 뛰면 꼭 다음에 1시간 내로 뛰어보자고. 그렇지만 이 때만해도 나는 이것이 내 마지막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한치 앞을 못보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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