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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pr 19. 2022

밤의 무지개

단칼에 잘려나간 안녕이

초단위로 과거가 되었다


버스 차창밖으로

유영하는 구름의 이동속도가

눈으로 쉽게 좇아지는 어느 날이었지


쌓여서 터져버릴 것 같은 재활용 통


잔잔하게 흘러가는 달의 파동


어떠한 기분 나쁜 잔상은

구체적으로 분류되어 망막에 새겨지고


너는 키다리 아저씨이자

화분을 들고 있던 나는

당신의 레옹이었다 우리는


붉음으로 넘실대는 태양의 플레어

죽어서 땅을 기는 좀비

생의 욕구는 그럼에도 잔존한다


말랑거리는 슬라임에 갇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도착한 아파트 공용 분리수거함

이번 연도부터는 법이 바뀐다니까

유색 페트병은 형형색색 가득한 곳으로

무색 페트병은 투명한 같은 종들끼리


그리고 너는 일반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비워진 심장과 뇌 사이사이 마비된 별사탕

하늘을 수놓은 무지개 같은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 희망을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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