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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5. 2024

1명입니다


도쿄에선 혼자 밥을 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고, 식당에서 최소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단서로 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1인 카운터 좌석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칸막이로 옆 좌석과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옆은 물론 앞도 막혀서 작은 틈새를 통해 종업원과 종이 한 장으로 소통해야 하는 라멘 가게도 있다. 그야말로 완전한 사생활 보장, 아니 차단이다. 먹는 사람 입장에선 오롯이 음식의 맛과 먹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1인 식사가 보편적인 데에는 일본인의 성향과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다. 도쿄는 누구나 아는 대도시이며 비즈니스의 중심이다. 매일 집, 회사, 학교는 물론 이런저런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게다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일본의 조직문화는 생각보다 더 엄격하다. 먹을 때만큼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의미 없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닐까.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은 필요하니까 말이다.




이렇듯 홀로 하는 식사 시간을 존중하며 권장하는 도쿄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서는 식당을 예약할 수 없다. 온라인 예약 사이트 기본설정이 최소 2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이자카야를 방문하려면 현장에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뒤 자리가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마저도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예약이 다 찼다며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도 수차례 목격했다.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 바로 예약도 기다림도 없이 도쿄의 유명한 맛집 입장하는 방법이다. 그냥 저녁 영업시간에 딱 맞춰 방문하면 되었다. 별 거 없는 아주 간단한 원리이지만 지금까지 100의 90은 성공했으니, 내겐 충분히 유용하다 할 수 있다.


- 1명입니다. 예약은 안 했어요.

- 1시간 밖에 이용 못하는데 괜찮으세요? 예약이 있어서요.

- 네, 충분합니다.




보통 도쿄 식당의 저녁 영업은 오후 4~5시쯤 시작된다. 대부분의 예약은 6시 전후로 몰려 있다. 고로 예약손님이 오기 전까진 이용 가능한 것이다. 가게 입장에서도 자리를 비워둘 바에 잠깐이라도 손님을 받는 것이 이득이다. 그렇게 나는 예약도 어렵고 기다람조차 허용되지 않는 그곳을 첫 번째 손님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의 먹는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기에 한 시간도 충분히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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