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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Feb 03. 2017

일본카레 도전기

대체 왜 카레 정량을 다 풀었는데도 카레국마냥 묽은 것인가

오늘의 도전메뉴 일본카레
한 솥 끓이면 그 많은 카레를 나 혼자 어떻게 다 먹지? 카레 끓이고 남은 채소들은 어떻게 처리하지? 짜장을 또 끓일 수도 없고..



혼자 살 때도 카레가 자취생들이 도전하기에 비교적 만만한 메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한 데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결국 내가 해먹는 것보다 피코크 삼분카레가 더 맛있을 것 같아 카레가 먹고싶은 날이면 늘 즉석카레로 한 끼를 때우곤 했다. 동거인으로부터 홈메이드카레를 몇 번 얻어먹고 '이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집에서 카레 끓이기에 도전해보았다. 그래도 혹시나 망할까싶어 동거인을 옆에 딱 세워두고 카레 도전을 시작했다.

팬에서 볶음당한 갖은 채소들

1. 우선 카레에 넣고싶은 채소(냉장고에 짱박혀 유통기한이 오늘내일하는 채소)들을 깍둑썰기해 팬에 넣고 올리브유에 볶는다. 나는 냉동실에 남아있던 닭가슴살도 함께 볶았다. 볶아주는 이유는 채소 표면을 기름으로 코팅해야 나중에 물로 팔팔 끓인 뒤에도 채소들이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채소를 적당히 볶았으면 소금후추간을 하고 조금 더 볶아준다


물에 잠긴 채소들

2. 채소가 꽉 잠길 정도로 팬에 물을 콸콸 붓는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리고 채소들이 보글보글 끓기를 기다린다. 처음엔 센 불로 시작했다가 채소들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내려준다.


끓어올라라 채소들이여

3. 채소를 언제까지 끊여야하나요? 첫 번째 의문점이다. 동거인에게 물어보니 일단 올리브유가 노랗게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잠자코 기다리니 아니나다를까 정말로 기름이 노랗게 떠오른다.


4. 이렇게 기름이 노랗게 떠오르면 약불로 바꾸고 3분만 더 끓인다.


가스레인지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5. 가스레인지를 잠시 끄고 고체형 카레를 투하한다. 나무주걱을 고체형 카레에 꽂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카레를 녹여준다. 내가 산 카레는 한 조각당 2인분 분량 카레를 만들 수 있는 카레였고, 난 동거인과 둘이서 두 끼를 먹을 요량으로 두 조각을 사용했다.


S&B GOLDEN CURRY. 대형마트 수입식품 코너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이때 사용한 카레는 일본 브랜드인 S&B GOLDEN CURRY.

동거인이 이 카레만 사용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국산 카레보다 더 짜게 간이 되어있어서 딱히 채소로 육수를 내지 않고 대충 끓여도 어지간해선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때문에 카레를 다 녹였는데도 카레국처럼 묽은 것이지요

6. 헉 큰일났다. 카레 두 조각을 다 풀었는데도 카레국이 되어버렸다. 저번에 동거인이 끓여줬을 땐 카레를 풀자마자 바로 뻑뻑해졌었는데... 두 번째 의문점 발생이다. 호들갑떨며 동거인에게 물어보니 물 조절에 따라 얼마든지 묽거나 뻑뻑할 수 있으니 불을 다시 올리고 카레를 좀 더 끓이라고 했다. 만약 반대로 뻑뻑하게 됐다면 물을 조금 더 넣고 카레를 완전히 잘 풀어준 뒤 조금 더 끓이면 된다.


두덕리온라인을 실행하는 이말년의 심정으로

7. 십 분이 지났을까. 카레가 눌러붙지 않게 휘휘 저어주며 기다렸더니 카레가 정말로 뻑뻑해지며 점점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그렇다. 드디어 카레가 완성된 것이다.


유동이의 첫 카레

닭가슴살을 포함한 모든 속재료도 맛있게 잘 익었다. 적당히 뻑뻑해진 카레를 밥알들과 한 입에 떠먹으니 고소하고 단 맛에 침이 절로 고였다. 난 시금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시금치 맛이 날까봐 걱정했는데 카레가 모든 재료들의 맛을 덮어줘서 채소들까지 다 싹싹 긁어먹었다.


재료 손질부터 마지막 불조절까지, 카레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총 30~40분 정도. 카레를 끓이는 동안의 지루함만 견딜 수 있다면 요리 초보자, 자취생들도 프라이팬 하나만 가지고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는 요리였다. 완성한 뒤에 따라오는 자신감은 덤이다.



슈가파이집밥 / 내가 차린 밥상 인스타에 올리고 내가 좋아요 누르기 운동본부
유동이가 동거인에게 배우는 2인 가정식 레시피입니다. seedinear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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