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 Feb 03. 2017

나의 떡국 실패기

구정에는 내가 떡국을 끓여주기로 했는데...

1월 1일 신정에 동거인으로부터 얻어먹은 떡국
오늘 떡국 끓이는 법 잘 배웠지? 구정 때는 유동이가 끓여줘!


으...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끓인 떡국은 망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기 때문이다. 유동이의 떡국이 어찌하여 망한 떡국이 되었는지 실패 과정을 살펴보자.


떡국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로는 떡, 육수를 내기 위한 다시 재료, 국거리용 소고기와 다진 마늘, 참기름, 지단용 달걀, 간을 맞추기 위한 국간장, 소금, 후추, 토핑을 위한 조미김, 깨 등이 필요하다.


떡국은 다짜고짜 끓이는 게 아니라 재료 준비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 우선 1. 국거리용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하기 위해 찬물에 고기를 담아두고 20분쯤 뒤 고기를 건져내 키친타올에 물기를 꼭 짜준다. 2. 떡국 육수를 준비한다. 3. 떡국떡도 찬물에 미리 담가 둔다. 4.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핏기를 제거한 국거리용 소고기와 다진 마늘을 들들 볶아준다. 5. 소고기가 표면만 익었다 싶을 때 육수를 냄비에 붓고 팔팔 끓인다.


나는 위의 과정을 싹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육수만 준비했다...

국 끓일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살림 맛국물팩
해물팩 내용물은 멸치, 다시마, 새우, 말린 무 등이다.

다시용 멸치를 따로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냉동실에 동거인이 사다 놓은 한살림 맛국물 팩이 있었다. 멸치, 다시마, 새우, 말린 무 등이 포장되어 있어 간편하게 육수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양이 적다 보니 썩 깊이 있는 맛의 육수가 우러나진 않는 것 같다.

떡국이 망해가고 있었기 때문에 과정샷을 따로 찍을 겨를이 없어 멸치 다시를 내는 상황을 재연해보았다. 갈고리가 달린 스테인리스 볼에 한살림 맛국물 팩 내용물을 넣어 냄비에 투하해 센 불에 물을 팔팔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바꿔 7~8분쯤 더 우려내면 한살림 멸치다시 육수가 완성된다.


원래 레시피대로라면 육수를 다 끓인 뒤 새로운 빈 냄비에 핏기를 제거한 소고기를 들들 볶고 거기에다가 끓여놓은 육수를 부어야 했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몰랐고 그냥 육수가 끓고 있는 냄비에 소고기를 넣었다. 마늘도 소고기랑 같이 넣었다. 그리고 소고기를 끓였다.


소고기가 끓는 동안 블로그 떡국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나는 이미 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떡국떡만큼은 미리 찬물에 담가놓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국물 간을 다 본 뒤 가장 마지막에 넣어야 할 떡을 조바심에 미리 넣어버렸다. 그리고 국물 간을 봤는데 아뿔싸. 간이 싱거웠다. 국간장을 세 큰 술이나 넣었었는데... 떡국을 더 졸여야겠다는 생각에 한없이 국을 끓였고 떡은 풀어질 대로 풀어져 흐물 댔다. 떡의 상태를 보고서야 뒤늦게 불을 껐고 여전히 싱거운 간은 소금을 쳐서 가까스로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떡국

가까스로 떡국의 형상을 한 무언가를 만들었다.


달걀지단도 정석대로 만들려면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하얀 지단 노란 지단을 각각 만들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었기에 지단 색깔 대통합에 도전했다. 싱거웠던 국물 간은 소금으로 대강 맞추고 마지막으로 조미김을 잔뜩 올렸다. 사진을 보니 대파 줄기도 송송 썰어 넣은 모양인데 대체 언제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남은 떡국육수로 재도전한 떡만둣국

남은 떡국 육수에 물을 부어 떡만둣국을 다시 끓였다. 차분히 요리해선지 썩 맛있는 떡만둣국이 완성됐다. 물을 붓고 냉동만두를 넣어 국물 간이 알맞아질 때까지 끓이고 난 뒤, 맨 마지막에 떡을 넣었다. 이번엔 떡도 쫄깃하고, 국물 간도 딱 맞고, 만두도 잘 익었다. 벌써부터 내년 설이 기다려진다.



떡국 요리도전기에서 배운 것

육수를 끓이기 전 소고기 핏기 제거부터 하고 떡국떡도 찬물에 불려놓는다.

육수에 소고기를 넣는 게 아니라 소고기를 볶은 냄비에 육수를 붓는 거다. 까먹지 말자.

육수를 끓이면서 대파, 지단 등을 미리 준비한다.

떡은 국물 간을 다 맞춘 뒤 맨 마지막에 넣는다.

국간장을 정량 초과로 넣었는데도 국물이 싱겁다면 당황하지 말고 소금 간을 더하자. 그래도 싱겁다면 우리에겐 조미김이 있다.



슈가파이집밥 / 내가 차린 밥상 인스타에 올리고 내가 좋아요 누르기 운동본부
유동이가 동거인에게 배우는 2인 가정식 레시피입니다. seedinearth@naver.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ugarpie2017
슈가파이집밥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sugarpiezipbab
유동이 브런치 https://brunch.co.kr/@seedinearth

매거진의 이전글 유동이의 좌충우돌 요리 도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