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6
엄마 셋 도시락 셋
국지승 그림책
오늘 독후감을 써볼 <엄마 셋, 도시락 셋>은 각기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는 엄마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3명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생긴 것도, 나이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아파트에 살며 아이가 샛별 유치원에 다닌 다는 것이지요. 301호 지선씨는 탄탄건설에 다니는 회사원, 202호 다영씨는 (아마도) 일러스트 작가, 101호 미영씨는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예요. 그러고 보니 이 세 엄마에게 다른 공통점이 있네요. 언제나 잘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고, 뭔가 하고 있지만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는 것이죠. 성큼 다가온 봄이 왔다는 것도 미처 눈치채지 못할 만큼이요. 샛별 유치원 봄 소풍날, 어떤 엄마는 아침부터 서둘러 김밥을 싸고, 어떤 엄마는 근처 김밥 집에서 꼬마 김밥을 사오고, 어떤 엄마는 샌드위치와 과자와 음료수까지 종류별로 꼼꼼히 챙긴 도시락을 보내요. 하루 종일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아이를 만나는 엄마들은 그제야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이 세 엄마들의 팍팍한 마음 자리에도 봄 햇살이 들까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이 나요.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이 나 같아서, 그 동안 봐온 수많은 엄마들 같아서 그런 감정이 들었나 봐요. 실제로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엄마들이 존재하죠. 지선씨처럼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다영씨처럼 회사에 가지는 않지만 일이 바쁜 프리랜서 워킹맘, 미영씨 같은 다둥맘. 근데 엄마들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나는 좋은 엄마인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에요. ‘엄마는 ~해야 한다’는 다양한 잣대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엄마들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아요.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에서도 완벽하면서 엄마로서의 책임도 다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힘들어하죠. 아이한테 미안해 하고요. 또 집에서 아이를 주로 전담하는 엄마들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줄까 매일 고민해요. 적어도 제가 봐온 엄마들은요.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서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죠. 이전에는 참 감동적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참 잔인한 말 같아요.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다가, 어떤 엄마가 100점 엄마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데 ‘마치 신과 같은 전지전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다니요! 그러면 엄마는 누가 돌봐주나요?
책을 읽고 나서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 물었을 때 저희 아이의 대답은 ‘친구들이 어디로 소풍을 갔는지가 궁금해’ 였어요. 아니, 그래도 책 제목에 도시락이 나오잖아요. 누구는 사온 도시락이고 누구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고, 이런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 물어보니 ‘그러게? 근데 엄마, 선생님이 엄마가 준비해준 건 다 맛있는 거랬어’라는 대답을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엄마가 그날 어떻게 도시락을 준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저 ‘소풍을 간다’는 사실이 즐겁고 설렐 뿐이죠. 엄마들도 사실 그렇지 않나요? 소풍 가서 재미있게 놀고 건강하게 체험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그 마음은 일을 하는 엄마든, 집에 있는 엄마든 다르지 않을 거에요.
이 책에선 봄이 왔다는 것을 깨닫는 엄마들로 축약해서 표현했지만 아마도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이 이런 말 아니었을까요? 엄마들도 각자의 자리에 봄 햇살 같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요.